한바탕 축제는 끝났다.
결전의 날들! 자국의 명예를 걸고 선수들은 뛰고 국민들은 성원을 보냈다. 이변이 속출하고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세계인의 축제는 막을 내린 것이다.
이변의 주인공은 단연 한국이었다.
‘1승만이라도’를 염원하던 국민들에게 16강, 8강, 4강 달성은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적 자신감을 가져왔다.
우리는 월드컵을 통해 교훈을 얻은 것이 있다.
우리 민족도 열심히 하면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각이다.
한국이 세계적 수준에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의 축구와 같은 종목에서는 세계 강호들의 벽을 오랫동안 넘지 못했다. 그러기에 48년 동안 1승도 못하는 부진을 면치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세계 어떤 팀과 경기를 해도 멋진 승부를 낼 수 있다는 필승의 의지가 있다.
또 하나는 지연, 학연과 같은 갈라진 힘을 모으면 세계를 놀라게 할 잠재능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작은 나라에서 너무 갈라지고 쪼개지고 네편 내편을 따졌다.
이제는 잘 할 수 있다는 것과 온 국민이 마음과 뜻을 같이하면 세계에 우뚝서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이 하나될 수 있는 힘으로 다시 뭉쳐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는 통일이라는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만나고 약속하여 여기 저기서 나와 모이는 사이버 세계의 존재가 대단하다. 또 언론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여주었다.
Media가 말하면 그것은 사실이 되고 실제가 된다. Media에 의해서 사람이 동원되고 움직이고 말하게 된다. 다시 말해 Media의 의도대로 드러낼 수도 있고 감춰질 수도 있다는 것의 반향을 생각케한다.
우리는 이번에 좋은 교훈도 얻었지만 모두가 다 침묵한다 해도 동의할 수 없는 사실도 있다.
한국축구 응원단의 명칭이 그것이다.
거리에서 집에서 직장에서 응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명칭의 의미나 부정적인 역사적 결과를 생각해 보기도 전에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신명나게 아우성친 것으로 만족한다. 그것이 가장 큰 함정이다. 자각증세가 없는 질병이 가장 치명적인 것이다.
자신들이 한 행동 때문에 국가 이미지가 추락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차후에라도 잘못된 이름은 바꿔야한다.
이제 축제는 끝났다.
붉은 옷의 너울을 벗어던지자.
흥분된 목소리도 잦아들게 하자.
거리에서 지새웠던 마음들도 추스르고 가슴에 뚫린 공허도 새로운 축제 준비를 시작하면서 메워나가야 한다.
우리는 할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