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온 J.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이 여중생 궤도차량 사망 사건과 관련 4일, "미 육군이 이 비극적인 사고에 대한 전적인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라포트 사령관이 성명을 통해 밝힌 이 언급은 지난달 28일 미2사단 공보실장인 브라이언 메이커소령이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발표한 "어느 누구의 과실도 없었다"는 발언을 뒤집는 것이다.
미군측의 이러한 성명은 그동안 주한미군이 자행한 수많은 횡포를 발뺌으로 일관했던 상황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는 월드컵 미국전에서 안정환 선수의 '오노 세리머니'와 건설노동자 전동록씨의 고압선 감전 사망 등 최근 한국사회 곳곳에 팽배해 있는 미국반대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주한미군으로 인해 얼마나 여러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았었나?
윤금이, 조중필, 이정숙, 신차금, 박순녀, 전동록씨 등이 주한미군에 의해 죽어갔다. 얼마 전에 사망한 전동록씨는 주한미군의 고압선으로 인하여 사지를 절단 당했으며 청력까지 잃었다. 주한미군 측의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분명함에도 주한미군 측은 책임을 회피하며, 전동록씨에게 고작 위로금 명목으로 60만원을 던져 주었다.
이외에도 매년 미군에 의한 교통사고는 400건이 넘어 전체 미군범죄의 60~70%에 이르고 있으나 국내 법원의 재판권 행사건수는 10건에도 못 미쳐 5%대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은 왜 멈추지 않는가?
현행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에 의하면 주한미군이 공무 수행 중에 발생한 미군 사고에 대해 주한미군만이 조사할 수 있는 재판권을 인정하고 있다. 미군 측은 한국정부가 재판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을 빌미로 사건 자체를 아주 가볍게 생각하거나 처리해왔다.
한국 정부를 향해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들이 주한미군으로부터 억울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근본적 치유책인 불평등한 현행 한미주둔군 지위협정을 개정하도록 정부에 강력히 촉구해왔다. 물론 국제관계에서 강대국에 대해 할 말을 다하고 살 수는 없지만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주한 미군 사건에 대해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여 국민들의 억울한 피해와 사건 피해에 대한 배상 등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무마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한국 정부는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불평등한 SOFA협정을 반드시 개정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도 인권정치, 인권외교 등 인권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펴고있는만큼 그들의 정책이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한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국민들에게도 각성의 필요성은 있다. 두 여중생의 죽음은 온 국민이 월드컵의 열기에 휩싸여 있을 때 발생하였다. 모든 국민들은 월드컵의 환상에 사로잡혀 소리없이 죽어간 어린 소녀들을 외면했다. 비단 월드컵 때문만이 아니라 이전에도 미군에 의한 수많은 횡포가 있었지만 매번 힘없는 정부에 대한 원망이나 묵인만 있었을 뿐 이에 대해 온 국민이 항의하거나 개선을 위해 힘을 모으지는 않았다.
생명과 인권은 모두 중요하다. 한국민의 생명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이 땅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한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한국 정부와 미군 그리고 국민들이 함께 노력하여 잘못된 제도에 의한 피해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