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 아직도 먼 길
질병치료를 위해 또 다른 생명 유기하는 것 바른 것인가
인간의 질병치료와 장수에 대한 욕심은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그 연구과정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진전된 실험 결과가 또 다시 나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고, 온통 환호 일색이다. 그러나 치료용 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은 또 다른 먼 길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5월 20일,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와 함께 치료용 배아줄기세포 배양을 성공했다고 밝혔다. 2004년 2월 인간배아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 배양 이후 한 단계 더 진전한 실험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지난 번 실험과 다른 점은 이번 실험에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체세포에서 핵을 채취해 이를 인간 난자에 주입해 인간배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즉, 자신의 유전자와 같은 인간배아를 만들어 여기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한 까닭에 면역거부반응은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의 실험에서도 우려했던 문제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생명체의 유기이다. 황 교수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이번 실험에는 185개의 난자에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인간배아를 만든 후 여기에서 11개의 줄기세포를 확보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185명의 인간배아를 만들어 얼마간 자라게 한 후 여기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내고 그 인간배아들은 폐기처분한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실험의 대상으로 사용되고 폐기처분된 185명의 인간배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지나치는 연구자나 언론에 대해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인간배아들은 자궁에 착상되어 영양분만 공급받으면 우리와 같은 성인으로 자랄 수 있는 인간생명이며, 한 인간으로서의 모든 유전정보를 지닌 독립적 개체인 셈이다. 우리 모두 이러한 인간배아 상태를 거쳐 성인이 된 것이다. 만일 우리가 이것을 부정한다고 하면 인간의 정체성 기반이 흔들리며 인간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 올 것이 명확하다.
둘째는 인간개체복제의 가능성이 더 증대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실험에서는 지난해보다 배양 성공률을 15배 높였다는 상대적 평가가 있다. 또 황 교수가 ‘4개의 사립문을 한꺼번에 열었다’는 표현에서도 휠씬 진전된 복제 기술의 향상을 느낀다. 그리고 실용화를 위한 전기가 마련된 획기적이라는 국제적 평가는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인간개체복제의 가능성이 그 만큼 커진 것을 의미한다.
셋째는 난자제공자에게 실험의 내용을 충분히 알려주고 동의를 받았는지에 대한 검증이 투명하게 밝혀져야 하는 점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이다.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환우를 생각하면 큰 업적이라고 보면서도, 환우의 생명이 존엄한 만큼 어린 인간배아의 생명도 존엄하기에 우리는 더디 가는 한이 있더라도 인간생명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생명과학이 발전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세계의 수많은 생명윤리학자들이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이 함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위헌심사”를 요청한 것도 자기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지켜내지 못하는 인간배아의 인권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이라고 여겨진다.
다시 한번, 줄기세포연구를 통해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고자 하는 황우석교수를 비롯한 모든 생명과학자들의 열망에 대해서는 함께 동감하면서도 이를 위해 인간배아를 복제하고 배아실험을 하는 것은 인간생명의 존엄성과 하나님의 창조섭리에 반하는 것이기에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난치병과 희귀병 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인간배아를 복제하거나 해치지 않는 성체줄기세포를 통한 생명과학연구를 지지하며 인간배아에 손상을 가하지 않는 생명존중의 생명과학발전을 위해 모든 과학자가 노력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