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고칠 수 없는 중병에라도 걸렸나?
2022년에 뽑은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지난 2001년부터 사자성어(四子成語)를 통해 세상의 현상을 나타내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을 발표해 왔다. 2022년에는 교수 935명이 참여하여 50.9%로 단연 1위로 선정한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이다. 이는 잘못한 것이 있는데도 고치지 않는다는 고질적 상태를 말한다.
우리 사회 단면을 너무나도 또렷하게 나타낸 말이다. 이 말은 조선왕조실록 ‘연산군 일기’에도 나오는 말인데, 연산군이 소인배를 쓰는 것을 신하들이 반대했으나 연산군은 이를 듣지 않고 고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 우리 사회 지도층, 특히 정치권을 보면 국민들이 보기에도 잘못된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 잘못이 드러날 때까지 부인하다가 잘못이 밝혀져도, 그에 대하여 잘못을 깨닫고 사과하거나 반성하여 고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자신이 분명히 잘못하고서도 그 잘못을 얼토당토않게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하고, 또 자신의 큰 잘못을 덮기 위하여 엉뚱한 발언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등의 매우 이상한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의 이런 잘못과 실수를 바로잡도록 비판의 소리를 내야 하는 국민들도 일부에서 그들을 비호하고 옹호하고, ‘내가 그를 좋아하는데 뭐가 문제야’ 라는 식으로 한 편이 되려고 한다.
잘못을 무조건 덮어주고, 그른 것도 감싸주고, 악한 것을 선하다고 말하는 것은 망조(亡兆)에 해당한다. 우리 국가 공동체가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은 국민의 힘으로 막아야 한다. 지도자들의 타락은 곧 하나님께 대한 도전이다.
성경 말라기서에 보면, ‘만군의 여호와가 이르노라. 보라 용광로 불같은 날이 이르리니, 교만한 자와 악을 행하는 자는 다 지푸라기 같을 것이라. 그 이르는 그 날에 그들을 살라 그 뿌리와 가지를 남기지 아니할 것이로되’(말라기 4장 1절)라고 경고한다.
지도자들은 하나님에 대한 신․불신(信․不信) 간에 권력을 받은 책임이 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권세를 주시고, 국민들을 잘 섬길 기회를 주신 것이다. 그런데 자기들만의 권력 쟁취와 이권을 위해서, 심지어 동료끼리 잘못을 나무라기보다 한편이 되어 우리 사회를 함부로 대한다면, 하나님의 심판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사람이 때로는 실수하고 잘못할 수도 있지만, 그 잘못에 대하여 깨닫지 못하고, 이를 크게 반성하지 않는 것은 악(惡)의 전형이다. 지도자들은 과이개선(過而改善)이 있어야 하고, 국민들은 지금과 같은 잘못과 그 잘못에 대한 은폐(隱蔽)와 엄폐(掩蔽)에 대한 분명한 질책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야 한다. 이런 중병을 고치는 방법은 국민들의 호도(糊塗)되지 않은 정당한 여론만이 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바른 정신으로 지도자들을 깨우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그만큼 소망이 줄어들게 된다. 2022년에 뽑은 사자성어는 우리 사회 부정적 단면을 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잘못된 의식을 깨우라는 교훈도 된다고 본다.
<2001년부터 1위에 뽑힌 사자성어들>
연 도 | 사 자 성 어 | 의 미 |
2001년 | 오리무중(五里霧中) | 무슨 일에 대하여 방향이나 갈피를 제대로 잡을 수 없음을 뜻한다 |
2002년 | 이합집산(離合集散) | 헤어졌다가 만나고 모였다가 흩어지는 혼란한 상태를 말한다 |
2003년 | 우왕좌왕(右往左往) |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을 종잡지 못함의 현상이다 |
2004년 | 당동벌이(黨同伐異) | 일의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고 뜻이 같은 무리끼리는 서로 돕고 그렇지 않은 무리는 배척하고 있다 |
2005년 | 상화하택(上火下澤) | 위에는 불, 아래에는 연못이 있는 모습. 서로 배반하고 분열하는 상태이다 |
2006년 | 밀운불우(密雲不雨) | 하늘에 구름만 빽빽할 뿐 비가 내리지는 않는 상태로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 답답한 모습이다 |
2007년 | 자기기인(自欺欺人) |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려는 상태를 말한다 |
2008년 | 호질기의(護疾忌醫) | 문제가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
2009년 | 방기곡경(旁岐曲鏡) | 일을 순서대로 정당하게 하지 아니하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것을 말한다 |
2010년 | 장두노미(藏頭露尾) | 진실을 숨겨두려고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음을 의미한다 |
2011년 | 엄이도종(掩耳盜鐘) | 나쁜 일을 하고 남의 비난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
2012년 | 거세개탁(擧世皆濁) | 온 세상이 혼탁한 가운데서 홀로 맑게 깨어있기 쉽지 않고, 깨어있다고 하더라도 세상과 화합하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
2013년 | 도행역시(倒行逆施) |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함을 의미한다 |
2014년 | 지록위마(指鹿爲馬) |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제로 인정하게 되는 것으로,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
2015년 | 혼용무도(昏庸無道) |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잘못된 정치로 인해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러움의 상태를 말한다 |
2016년 | 군주민수(君舟民水) | 강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음. 민심의 위력을 말한다 |
2017년 | 파사현정(破邪顯正) | 사악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할 때를 의미한다 |
2018년 | 임중도원(任重道遠) | 큰일을 맡아 책임이 무거움을 나타내거나, 막중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어야 함을 말한다 |
2019년 | 공명지조(共命之鳥) |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된다는 뜻이다 |
2020년 | 아시타비(我是他非) | 같은 사안도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내로남불의 뜻을 한자로 번역해 새로 만든 신조어이다 |
2021년 | 묘서동처(猫鼠同處) |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