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TV 방송사고 유감
최근 지상파 방송의 방송사고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싸늘하다.
국민의 세금과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가 지난 3월 15일 모 여자 국회의원을 누드 패러디 한 것을 생방송 ‘시사투나잇’에 내보내고, 7월 27일에는 TV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고 아들이 어머니를 나무라는 내용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그런가 하면 FM라디오 방송에서는 모 여자 앵커가 음란성 멘트를 하기도 하였다.
MBC는 지난 6월 12일 ‘파워 TV’에서 2박 3일간 잠 안자고 버티기를 방송했으나 거짓 연출한 것으로 드러나 방송의 신뢰감을 떨어뜨리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7월 30일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언더그룹의 퍼포먼스팀이 성기를 노출한 채 방송에 수 초간 추한 모습을 드러내어 시청자들을 경악케 하였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공영 방송이 가진 문제점에 대하여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 문제점은 대략 다음과 같다. 그 하나는 방송의 품질을 관리해 줄 계층의 무력화를 들고 있다. 이는 방송사 사장이 ‘개혁이다’ ‘체질개선이다’ 해서 기존의 직제와 편제를 바꾸다 보니, 중간 중간 거쳐야 할 방송품질결정 여과 층이 상실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방송편성을 실제적으로 관장하는 중간 간부들의 연령이 낮아지다 보니 시청률만 의식하여 과잉의욕이 실수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것이 방송의 질을 저하시키고 편파성 시비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방송 사전 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두 방송사의 사전심의 비율은 작년 10~12월 기준으로 각각 40% 대에 머무른다는 방송위원회 감사 지적은 사전 심의가 형식적이거나 허위성이 있다는 증거이다.
마지막으로 생방송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생방송은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날 가능성을 항상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MBC가 그것에 대한 대비 없이 방송을 진행하다 결국은, 시청자를 성폭력 현장으로 몰아 넣고야 만 것이다. 물론 이들에게 계획적 의도적 고의성이 있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교육과 준비가 없었던 방송도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이번에 사고를 낸 출연자들은 평소에도 대안 음악을 하는 사람들로,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 왔다는 것을 감안했어야 되지 않았겠는가?
이제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는 방송관계자들 스스로 방송 윤리와 공영성에 대한 철저한 의식과 교육이 필요하다. 전파사용은 방송사가 하지만 전파는 국가 소유이며 국민의 것이다. 그런데 이를 이용하는 방송인들이 이에 대한 투철한 의식 없이, 지극히 상업적이고 저급한 방송제작을 일삼는다면, 이는 방송인의 자질이 의심된다 할 것이다.
둘째는 고의적 방송 사고에 대한 방송사와 당사자와 방송 관계자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한다. 방송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와 국민을 우롱하는 고의적 방송사고에 대해서는 철저한 규명을 통해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셋째는 방송이 최근 사회의 각계 각층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려는 욕심 때문에 방송소재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심의 없이, 방송을 감행하여 스스로 일탈에 빠지는 것은 자제하여야 한다.
방송은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평가이며 기준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방송이 편중된 시각이나 지나친 문제 의식에만 집착하고 접근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방송의 본질을 해치고 시청자와 국민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호도(糊塗)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