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에 즈음하여
이제는 양국이 미래 발전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국은 100년 전 일본에 의하여 강제 병합(경술국치)되는 비극을 겪었다. 일본에 의해 우리 민족이 겪은 36년의 세월은 절망과 고통, 그 자체였다. 그 아픔은 남북 분단이라는 또 다른 형태로 지금까지 민족적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한·일 강제 병합 100년에 맞춰 담화를 발표하였다. 이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가 가져온 다대한 손해와 고통에 대하여 다시 한 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표명한다’고 하였다.
또한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하여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 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에 대하여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가까운 시일에 이를 반환하고자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일본이 지나간 역사에서 범한 과오에 대한 반성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진실을 담은 표현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에 의한 한국의 고통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종군위안부 문제, 강제 징용자에 대한 보상,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이 그것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한국에 대하여 사과와 유감의 뜻을 표명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상처받은 국가를 향하여 조롱하는 언행도 반복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는 세계 제2차 대전 때 같은 전쟁 주동자였던 독일이 주변국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그 피해에 대하여 최선을 다해서 보상한 것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의 일본 총리의 담화는 국제 역학관계 변화에 따른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한 언행이 아닌 진정한 사과이기를 기대한다. 지난 7월 28일 일본과 한국의 지식인 1,100여 명이 도쿄의 참의원 회관에서 발표한, ‘한일강제병합이 원천 무효’라는 선언은 일본의 진실한 사과를 요구하는 대목이다.
진실한 사과가 되기 위해서는 일본의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익을 위하여 단골 메뉴로 이용해온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주장부터 폐기해야 할 것이다. ‘원천무효’인 행위로 얻은 이 해괴한 논리부터 버려야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20세 이상의 한국인 1,000명과 일본인 1,473명을 대상으로 한·일 관계에 대하여 의식 조사한 것을 보면, 과거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 지배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한국인은 91.2%, 일본인은 68%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다.
한국인은 아픔과 손해를 보았기에 기억하고 있으나, 일본인은 가해자이기에 이미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말로만 아무리 사과한다고 해도 양국의 관계는 발전하기 어렵다. 일본은 한·일 강제병합의 결자(結者)이다. 그러므로 해지(解之)도 일본의 몫이다.
한·일 관계는 분명 미래 발전적 단계로 가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전적으로 일본의 태도여하에 달려 있다. 이번 일본 총리의 담화가 그 진정한 출발이 되기 바란다.
우리도 미래로 발전하기 위하여 용서하고, 동반자로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역사에서 아픈 과거를 잊을 수는 없지만, 기억할 필요는 있다. 슬픈 역사를 잊는다면 그 같은 비극은 반복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