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종교 편향 일삼다
세계적인 예술을 무시하여 국제적 비웃음을 사려나
최근에 대구시의 시립예술단이 공연을 하려다, 음악적으로 유명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가운데 ‘신’(神)이라는 말이 들어갔다 하여, 이를 ‘종교 편향’으로 규정해 공연을 취소했다는 말을 들었다. 참으로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아니, 느닷없는 종교 편향으로 세계적인 음악과 예술의 세계를 단칼에 예리하게 잘라내는, 한국적 종교 편향이 얼마나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단적(端的)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 괴상한 ‘종교편향’이라는 것은 이명박 정권 시에 불교계의 주장으로 급작스럽게 문화체육관광부 안에 ‘종교편향신고센터’를 만들면서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그 효력은 마치 모든 헌법까지 능가하는 것으로, 불교계가 타종교를 빌미로 정부와 지자체에 압력을 넣는 견고한 진지(陣地)가 되고 말았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고려 시대의 유물이 자랑스럽게 알려지고 있다. 이는 부처와 고승의 대화, 편지 등에서 내용을 뽑아 그 당시 승려가 편찬한 직지심체요절(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 전시되면서 세계인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책이 유명한 것은 1377년 금속활자로 간행한 것으로, 유럽에서 구텐베르크 성서를 인쇄한 것보다 78년을 앞선다는 기록 때문이다.
이것은 불교 유물인데, 만약에 한국식으로 ‘종교 편향’으로 규정한다면 절대로 공적 공간에서 전시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유물은 현재는 프랑스의 소유라고 하는데, 우리 언론들은 이 사실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종교 편향’에 대입한다면 불교계의 주장을 심각하게 위배하는 것이 되니까 말이다.
베토벤이 작곡한 ‘교향곡 9번’은 1824년에 최종 완성된 작품이다. 음악과 예술 분야에서는 고전과 같은 것이고,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명곡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종교 편향이라며, 시민들이 이 음악을 듣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 소식을 접하는 세계인들은 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정도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여, 이상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 서양의 음악을 비롯하여 예술은 기독교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많다. 거기에 종교 편향의 잣대를 들이대면, 대부분 음악은 ‘금지곡’이 되거나 ‘금지선’을 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정저와(井底蛙-우물안 개구리)로 살아야 한다.
‘종교 편향’이란 것이 지나간 정권에서 특정 종교의 아우성에 어쩔 수 없이 정치적 배려를 해 준 것인데, 지금도 그 위세를 부리고 있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이며, 누구의 손해인가? 이제는 우리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
우리는 이런 전근대적인 사고와 후진성을 뛰어넘고, 직지심체요절을 금속활자로 만들었던 조상들의 앞선 생각으로 세계를 리드해야 한다. 언제까지 종교 편향이라는 해괴하고 해묵은 주장으로 국민들이 누려야 할 아름다운 예술에 대한 접근을 막으며, 지구촌에는 희극(戲劇)이나 연출하는 촌극(寸劇)을 벌일 것인가?
‘종교 편향’이란 말을 사용한 지도 벌써 15년이 지났다. 정권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이제는 좀 시대에 맞는 옷으로 바꿔 입어야 되지 않겠는가? 한국이 불교의 나라도 아니고, 엄연히 존재하는 헌법의 가치조차 무시하는 ‘종교 편향’이란 하위 규칙을 만들어, 세계적인 예술을 도외시하고 국민들의 듣고 누릴 정당한 ‘문화 자유의 권리’마저도 빼앗으려는 행위를 언제까지 계속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