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공익적 실천
지난 8월의 제 15호 태풍 ‘루사’가 남긴 피해는 인명 피해 246명과 재산피해 5조 1천 479억원에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인명피해만 해도 지난 1959년 ‘사라’ 태풍 때의 849명과 1987명의 ‘셀마’ 태풍 때의 345명에 이어 세 번 째로 많은 피해를 가져왔고 재산상의 피해는 최고액을 기록하고 있다.
온 국민은 우리의 이웃이 당한 고통에 동참하고자 앞다투어 수재의연금 모금에 동참하였다.
재해대책협의회는 각 신문과 방송사를 통하여 모금된 금액이 1,259억 3,774만 531원으로 사상최고액이라고 발표하였다. 방송사를 통한 모금이 818억여원으로 65%, 신문사가 288억여원으로 23%, 재해대책협의회를 통하여 153억여원으로 12%정도가 모금되었다.
한편 기독교계도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이웃돕기에는 최선을 다하였다.
이번 재난을 돕기 위해 기독교계는 얼마나 모금하였나 한국교회언론위원회가 신문과 방송의 보도내용과 일부 대형교단의 집계를 근거로 조사하였다.
한국방송공사(KBS)에 접수된 것 가운데 기독교는 241교회가 동참하여 11억 2,713만 9,627원을 모금하였고, 서울방송(SBS)을 통해서는 3교회 2,338만 5백원을 모금하였다.
국민일보를 통해서는 1,450교회가 동참하여 12억 3,606만 6,932원을 모금하였으며, 조선일보를 통해서는 165교회가 2억 6,260만 4,169원을 모금하였다.
동아일보를 통해서는 22교회가 2,111만 7,590원을 모금하였다.
그 외에도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신문, 매일경제 등을 통한 모금액은 29교회에 2,110만 5,370원이었다.
또 주요교단을 통해서는(예장합동, 예장통합, 기감, 기성, 기침, 예장고신, 예성, 기하성, 예장합정, 예장개혁, 예장개혁국제 등) 6,750교회가 동참하여 44억 1,300만원을 모금하였다. 한기총을 통해서는 4억 8천만원이 물품으로 전달되었다.
그 외에도 지상파와 신문을 통한 재해의연금 액수보다 교회가 교회를 통한 후원과, 교회가 지역을 방문한 후원, 개인후원, 기독교 단체와 기독교 학교, 기독인 기업을 통한 후원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신학대생들과 교회청년, 대학생봉사단, 교회단위, 가족단위의 현장방문봉사도 큰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에 수재민돕기에서 성금을 모금하는 언론사들도 재빠르고 신속하게 협조방송과 협조안내문을 통하여 언론이 가지고 있는 대중전달에 파급효과를 활용한 사회통합적이고 공익적 기능을 위해 기여하였다.
국민일보는 8월 10일부터 KBS는 8월 13일부터, 조선일보도 8월 13일부터 기타 다른 언론매체들도 비슷한 시기에 일제히 각각 지면과 화면을 할애하여 수재민 돕기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몇 가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첫째는 심각한 재난이 닥쳤을 때 국민들에게 수재의연금을 모금하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름철 태풍이나 자연재해는 해마다 반복되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보았듯이 자연재난의 규모가 커진 것은 인재(人災)의 상당부분도 상존하였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난개발과, 환경, 자연 파괴는 필연적인 자연재앙을 가져오며 그 피해의 대상이 바로 개발의 주체인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언론은 끊임없이 감시하고 문제점을 제기하여 정부로 하여금 사전에 재난을 방지하도록 해야한다. 정부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문제가 되었을 때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둘째는 수재의연금을 낸 사람에 명단의 크기를 돈의 액수에 따라 달리한다는 것이다. 물론 큰 금액일수록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지나치게 차별화하는 것은, 소액이지만 이웃을 돕고 싶은 사람들의 손길을 움츠려들게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사회기부문화를 더 확대해야 하는데, 작은 액수의 손길도 부끄럽지 않게 언론이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는, 언론사간 모금자의 집중현상이다. 어느 언론사는 모금자 명단이 매일 넘치는데 비해 어느 언론사는 며칠에 한 번씩 명단을 게재하는 모습이 너무 대조적이다. 성금이 사세경쟁이나 확장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 또 국민들도 골고루 언론사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모아진 성금이 제대로 필요한 곳에 신속히 사용되느냐에도 언론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성금을 낸 국민들의 온정에 의미가 살아나는 것이다.
태풍은 끝나고 모금도 끝나가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과 교회의 관심은 지금부터 고통을 당한 우리의 이웃들이 겨울을 나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언론은 국민들에게 소식을 계속 전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공익을 위한 중요한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