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무엇을 보아야 하나?
지난 11월 9일 공명선거를 다짐하는 시민운동 단체의 협의회 주최로 ‘2007 제17대 대통령 선거 공명․정책 선거 다짐 서약식 및 정책위 위장 초청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대통합민주신당,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창조한국당 등 6개 정당의 정책위 위장이 나와 각 당의 정책을 발표하였다.
각 당의 정책 발표가 끝난 후, 3명의 대학교수 및 시민단체에서 나온 패널이 토론을 하였다. 그 때 한 토론자는 ‘각 당의 정책방향을 듣고 보니 꿈꾸는 것만 같다. 정말 이대로만 된다면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 ‘그런데 이 6개 정당이 한 달 후에는 과연 남아 있을까’ 우려된다고 하였다.
이번 2007 대선은 정치의 기본인, 정책 선거와는 이미 거리가 먼 것이 되고 있다. 정책을 통한 국민의 선택이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이번 대선의 양상을 보면, 이념 논쟁, 지역 편가르기, 경제에 대한 대책 미흡 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 오히려 과거보다 퇴보된 양상이다. 각 정당은 지난해 5․31 지방 선거 때만해도 정책으로 대결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치 현장은 어떤가?
100년 정당이 되겠다던 약속이 4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정책 연대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후보를 졸속으로 단일화하려는 등, 대통령이 되어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큰 뜻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출마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국민을 위해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이 공약 없이 출마하고, 공약자료집 하나 발표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쉬움을 넘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앞으로 선거가 1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포퓰리즘의 극치로, 후보조차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아직도 이합집산(離合集散)을 거듭하고 있는 후보에게 무슨 나라를 맡길 수 있는가? 이를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제는 국민들의 정서와 기대와는 상관없이, 모였다 흩어졌다를 자유자재로 반복하는 후보와 정당에 대하여 국민들의 따끔한 심판이 필요한 때이다.
적어도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공당(公黨)에서 여론을 거쳐 후보를 추대하고, 그 당에서는 수개월 동안 머리를 짜내, 국민들을 섬기고 국가를 경영할 정책을 만들어서, 그 것에 의하여 국민들이 대통령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기본이 아닌가?
이러한 정치판의 구태(舊態)를 부추기는 것은 누구인가? 당연히 정치계의 책임이 크겠지만, 언론의 책임도 크다. 언론이 대통령으로서 자질도 안 되는 후보자들의 뒤나 따라 다니는 보도는 이제 절제해야 한다. 소위 ‘깜’도 안 되는 사람들을 ‘뉴스메이커’로 부각시키는 것도 언론이 하고 있는 일 아닌가?
거기에다 언론매체마다 경쟁적으로, 후보자들의 지지도를 ‘여론조사’라는 핑계로 남발하는 것도 문제이다. 정책도 없고 소신도 없는 후보자는 아예 부각시킬 필요가 없다고 본다. 또 비전도 없는 정당을 홍보해 줄 필요도 없다고 본다.
국민들에게 정치라는 ‘종합예술’을 통해, 제대로 서비스 할 준비도 안된 후보자들 때문에,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정치에 식상(食傷)하다. 준비 안된 후보자가 졸지에 대통령이 된다면, 국가의 정치, 경제, 외교, 안보, 교육, 사회 등 여러 방면에서 혼란이 올 것은 뻔하다.
국민들은 정책도 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정치 지도자 때문에, 정치인에 대한 실망은 여전할 것이며, 정치에 대한 불신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서 낙후된 분야인 정치발전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지금 우리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정치판을 보면, 마치 흑백 TV를 보는 것 같은 후진(後進)감이 드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까? 정치판의 성숙도 필요하고, 이를 조절케 하는 언론의 책무도 막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