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는 퇴색한다
5·31 지방 선거가 끝났다. 예상했던 대로 집권 여당의 참패와 제1야당의 압승으로 투표 결과가 마무리되었다. 투표율도 예상보다는 높았으나 겨우 50% 초반 대를 넘기는 수준에서 멈추었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크게 앞서도록 지지를 받은 야당에 대한 ‘절대적 지지’라기보다는 여권의 부진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본다. 또 그 동안 방관적 자세를 취해 왔던 보수층의 대결집이라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는다.
이번 선거의 특색 중 하나였던, ‘매니패스토의 원년으로 삼자’고 제기되었던 슬로건도 결국은 무색하게 되고, 여권을 심판하는 계기가 되는 선거로 기록된 셈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참여정부에서 늘 논란거리였던 소위 이념정치와 생활정치에서 무엇에 비중을 두어야 하는가를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을 발견하게 된다. 오만과 독선에 가까운 정치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결코 따뜻한 시선을 보내지 않고 있음도 묵시적으로 보여준 선거이다.
또 한가지는 사회적 담론에서, 한 세력이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는 다른 세력에 대하여 ‘보수 수구’ 심지어 ‘수구 꼴통’이라고 비아냥대는 것에 대한 반격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선거는 끝났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라는 것은 밝혀진 셈인 것이다. 이제 정치인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희망을 주는 정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 줄 수 있는 따뜻함이 배여 있는 모습, 지역적 색채와 편차를 줄여줄 수 있는 통합의 능력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일희일비하는 선거에서의 승자와 패자로 머물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삶의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한 때이다. 만약 이러한 정치적 비전이 없다면, 오늘의 승자도 내일은 패자가 되는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