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거리응원의 그림자
월드컵의 열기가 과열되고 있다. 한국팀이 지난 13일 토고 전에서 승리하고, 19일 새벽에 프랑스와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비례하여 거리 응원에 나서는 숫자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거리응원이 여러 가지 부정적인 현상들을 보이고 있다. 월드컵이라는 초대형 축제가 실체라면, 그 뒤에 그림자처럼 발생하는 좋지 못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모 언론에 “월드컵 뒷풀이 훌리건 뺨친다”라는 보도가 있었다. 거리 응원에 나선 인파들이 응원에 도취되어 차도로 갑자기 뛰어들고, 달리는 차에 매달리고, 길 가던 여성을 헹가래 치고, 임신부 배에다 대고 구호를 외치고, 폭언을 일삼고, 남의 기물을 스스럼없이 부수고, 성추행과 절도행위가 여러 차례 적발되는가 하면,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쌓이는 등 시민의식이 실종된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한국에서 열리는 축구경기도 아닌데,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흥분한 상태에서 거리와 도로를 온통 점령하고, 괴이한 몸짓으로 시민들을 위협하는 행위가 과연 올바른 것이며, 이런 응원문화가 과연 바람직한가?
월드컵을 통해 사람들을 광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제한의 자본과, 상업성을 띤 미디어와, 상업적 자본에 길들여진 비뚤어진 응원단, 이들의 부추김에 의해서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이제는 거리응원에 대한 바른 진단을 내려야 한다. 차분하고 질서 있게 응원해야 할 시민들이, 마치 폭도들처럼 늦은 밤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난 2002년에 한국의 응원단을 ‘콜리건’이라고 자랑했었다. 이는 덴마크의 ‘훌리건’과 ‘롤리건’의 결합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열정적인 것과 조용한 것의 장점만을 합한 것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에도 많은 부작용들이 있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행사였고, 외국인을 의식한 부자연스러운 ‘자발성’이 발동된 차이밖에 없었다.
이제 응원에 대한 전반적인 행위와 방법에 대한 검토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거리 응원에 나선 사람들이 수십만 수백만이 된다고 하여도, 그들이 모두 축구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정말로 축구를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폭력적이고 무질서한 행위를 좋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축구발전과, 건전하고 선량한 시민들이 오해를 받지 않도록 응원문화를 바꿔야 한다. 특히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분별 없이 거리로 함께 쏟아져 나오는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몇 가지를 제안한다면, 첫째 미디어는 월드컵 관련 보도에 있어 상한선을 두어야 한다. 정말로 필요한 소식, 본 경기 중계 이외에 쓸데없이 반복되는 방송이나 보도는 절제해야 한다.
둘째 기업들의 무분별한 광고는 자제해야 한다. 기업들이 제품홍보와 마케팅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월드컵에 흥분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려는 저급함의 발상은 버려야 한다. 이보다는 기업들이 평소에 소비자들에게 좋은 제품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국민들에게 보다 자극적이고, 강한 의미를 주기 위해 사악한 명칭을 고수하고 있는 응원단은 해체되고, 건전한 명칭이 만들어져야 한다.
월드컵이 현대인에게 있어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대리만족을 준다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 스포츠를 빌미로 국민을 선동하거나, 이에 따라 광적인 흥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모두에게 결코 이로운 것이 아니다.
한국에게 있어 월드컵의 탑은 높아만 가고 있다. 거리 응원도 고착되어 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규모의 거리응원은 여러 가지 부작용과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처 없이 거리응원을 방치한다면, 월드컵과 같은 국제적 이벤트에, 한국 국민들에게 드리워지는 허무와 범죄의 그림자를 걷어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