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사 명단 발표에 즈음하여
심판이 아니라 청산이기를
민족문제연구소가 29일 ‘친일인명사전’에 올릴 인사 중에서 1차로 3,000여명의 명단을 발표하였다. 우선은 이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와 위 연구소 학자들의 중간발표에 염려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첫째는 친일에 대한 판단근거와 공정성에 대한 문제이다. 친일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보다 분명하고 객관적인 자료가 충분히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학문적 규명을 벗어나 ‘단죄’의 성격을 띄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발표와 분위기를 보면 ‘민족반역자를 처단한다’는 식의 ‘운동 분위기’라는 지적이다. 셋째는 치열한 역사의 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과거에 대하여 현재의 잣대로 재단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를 바란다.
동 위원회가 광복 60주년을 맞이하여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이라면, 제대로 된 과거청산이 되기 바란다. 그러므로 또 다른 사회적 분란이 아니라 과거에 대한 마지막 아픔이 되기를 바란다.
역사는 단절이나 가정(假定)이 있을 수 없다. 부끄러운 과거이지만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과 과거를 교훈 삼아 건설적인 미래를 일구어 나가는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때이다. 그리하여 우리 후손들에게는 어두운 역사잔재의 유산을 물려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동 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보면 기독교 인사도 48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기독교계에서는 그러한 부끄러운 과거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또는 연합된 모임에서 간헐적으로 반성과 회개를 해 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진솔한 참회가 부족했다면 속히, 일부 선배들의 잘못된 과거에 대하여 하나님과 교회 그리고 국가와 민족 앞에 참회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교회 모두의 회개이어야지 정죄의 차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