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지난 6월 19일 경기도 연천의 전방 모 사단 GP(전방감시초소)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더불어 군 장병들의 병영생활 분위기, 근무여건, 달라진 젊은 세대들의 심리분석, 인권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번의 사고를 통하여 최전방 병사들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내무반의 병사 1인당 공간이, 미국 일본이 3평인데 반하여 한국은 0.7평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 외에도 화장실 목욕시설 편의, 복지시설의 열악성을 지적하고 있다. 거기에다 제한된 인권, 갇힌 공간이 주는 스트레스가 있으며, 또 개인주의적이고 남의 간섭을 싫어하는 병사들의 대체적인 성향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군 근무환경이 과거 7-80년대 보다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급격한 디지털 세대로의 변화에 비하여 아날로그적인 시설과 문화가 따르지 못하는 괴리감이 사고의 개연성을 상존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60년대식 내무반을 바꾸기 위하여 점차적으로, 시설을 현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략 2,015년은 되어야 시설이 완료된다고 하니 아직도 더 기다려야 할 판이다.
그러면 군 장병들의 병영생활의 개선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은 정부와 민간 모두가 관심을 갖게 될 때 문제해소가 용이해지고 문제점을 최소화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예산을 투입하여 시설을 현대식으로 바꾸는 것도 서둘러야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병사들의 정신적인 면과 문화적인 면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는 병사들에게 억지로 군대에 끌려왔다는 의식을 불식시키도록 해야한다. 군대는 특수한 사회이지만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곳이며,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중한 의무수행임을 가르쳐야 한다. 또 편법이나 불법으로 병역의 의무를 피해 가려는 사람들과의 차별성을 두어야 한다.
둘째는 공동체와 동료애를 갖도록 해야 한다. 현재 입대한 병사들의 55% 이상이 외아들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러므로 이들끼리 서로 돕는 형제와 선후배로 맺어주는 작업을 통해 어려운 병영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동료애를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더 개발하여 적용시켜야 한다.
셋째는 돌봄과 애로사항에 대하여 항상 살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군에는 연간 24,000명 가량의 병사가 소위 ‘관심 사병’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알려진다. 우선은 이들을 상담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돕기 위한 협력과 시스템을 강화하도록 해야 하며 그래도 적응이 어려우면 조기 전역시키는 등의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넷째는 신앙종교 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을 강화시키도록 해야 한다. 현재 군에는 병사들의 종교생활을 돕기 위한 제도가 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독교의 군목과 군종병의 활동이다. 그러나 군목 숫자는 대대 단위에까지 못 미치고 있는 실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군목의 숫자를 줄이려 하고 있다. 병사들의 건강한 군복무와 전력강화를 위해서도 인성교육은 강화시켜야 한다. 필요하다면 오히려 군목의 숫자도 늘려야 한다. 그리고 준비되고 훈련된 병사 가운데 군종병을 확충하여 병사들의 어려움을 돕고, 정신적 영적 생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신병교육 때부터 철저히 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는 병영생활 공간을 속히 확보토록 해야 한다. 정부가 내무반 현대화를 위한 예산을 10조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고 한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지만 과감하게 예산편성을 하고 신속한 집행을 하되 근무여건이 열악한 곳부터 개선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근무와 훈련 시간 외에 쉬는 시간에는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수 있는 문화적 배려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희생된 병사들과 유가족에게 불행한 일이었다. 어찌 보면 분단된 조국의 현실 앞에서 치르게 되는, 젊은이들 모두가 피해자이기에 가슴이 아프다. 한편으로는 최근 남북관계에서 생기는 어수선함과 정체성의 모호함에서 오는 해이가 한 원인이기도 하다. 정부도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
다시는 이번과 같은 불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과 국민의 협조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