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트리에 불 밝히는 것은 평화의 기본
우리 기독교계는 지난 해 이해 못할 경험을 했다. 그것은 지난 해 6월 12일자로 남북이 합의한 <서해해상에서 우발적 충돌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의 “부속합의서”에 의한 것으로, 성탄절이 되었는데도 전방 십자가 탑에 점등을 못하게 되는 그야말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을 본 것이다. 이는 종교와 신앙의 자유에 대한 크나큰 침해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현상은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보여준 한국 정부의 종교계를 배려하지 않은 태도와 북측의 억지 주장이 만든 결과이다. 한국 대표단은 지난 해 종교시설물에 대한 부속합의서를 만들면서 종교계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일관되게 종교시설물을 선전․선동물로 몰아 부쳐 철거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7월 20일 남북장성급회담 실무회담에서도 이 문제는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탄트리는 정치적 목적의 선전․선동물이 아니다. 종교명절에 불을 밝힌다고 하는 것은 세계인의 평화와 사랑과 화해를 의미하는 것이다. 남북 장성급 회담도 결국은 평화와 화해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평화회담에서 종교시설물 철거 운운하는 자체가 잘못된 주제선택이라고 본다.
북한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대외에 천명하고 있다. 평양을 비롯한 북한 지역에도 한국 종교계가 지어준 종교 시설이 여러 곳 있다. 그러한 북한이 한국 지역에 있는 종교시설물에 대하여 철거를 요구하고 점등을 못하게 시비하는 것은 한국의 종교자유에 대해서 내정 간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방의 성탄트리는 적대감을 조성하거나 북한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희구하며, 우리 군 장병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미로 민간 종교단체가 시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철거해야 된다는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그 동안 중단되었던 전방의 선전과 선동시설물들이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철거가 완료된다고 한다. 그럼 종교시설물도 철거되는 것인가? 만약 종교시설물을 철거한다면 한국정부는 종교계가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 답해야 한다. 북한도 계속 이 문제에 대하여 고집을 부린다면 대외적으로 종교와 신앙의 자유가 있다고 한 말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세계에 인식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다른 나라의 신앙과 종교에 간섭하는 나라로 분류될 것이다.
그리고 전방에 있는 종교시설물을 철거는 않지만 점등을 못하게 한다면 이 또한 시설물철거와 같은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한국정부와 북한측 모두 성탄절에 전방의 십자가 점등에 대하여 왈가왈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하여 간섭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다음을 결행할 것이다. 첫째는 한국교회는 세계교회와 함께 북한이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간섭하고 있음을 널리 알릴 것이다. 둘째는 세계인권위원회에 북한을 종교탄압과 내정간섭 국가로 고발할 것이다. 셋째는 한국기독교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 대하여 고려하도록 하겠다. 한국 기독교는 지난 수년 간 북한에 대하여 3,000억 원 이상의 물품을 지원한 바 있다.
전방의 성탄트리 철거불가는 물론이고 성탄명절에 당연히 불을 밝혀야 한다. 전방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혹한과 악조건 하에서 고생하는 장병들의 사기진작과 신앙․종교의 자유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세계인권선언이 담고 있는 신앙과 종교의 자유 그리고 기본인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남북회담에 임하는 우리정부와 북한측이 이러한 기본권을 손상시키지 말기를 바란다. 이것이 평화로 가는 기본이며 지름길이다. 우리 기독교계는 8월에 있을 장성급실무회담을 예의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