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배아복제, 무엇이 문제인가?
인간생명인가? 세포덩어리인가?
박상은 박사(안양병원장, 누가회 생명윤리위원장, 한국교회언론회 전문위원)
지난 2월 12일, 서울대 황우석, 문신용 교수팀은 체세포를 복제한 배아를 이용해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었으며 이와 관련된 제반기술과 복제된 인간배아 줄기세포에 대해 국제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0여명의 난자 공여자로부터 총 242개의 정상난자를 얻어 이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여기에 다른 사람의 체세포에서 분리해 낸 핵을 주입하여 핵이식 난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배양하여 인간배아를 만들고 여기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낸 것이다. 줄기세포는 다양한 장기로 자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세포를 말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난치병이나 희귀병을 고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인간배아가 과연 인간생명인가? 아니면 단순한 세포덩어리인가?"이다. 체세포 핵이식 배아복제는 이미 돌리 양 복제에 사용되었던 방법으로 이렇게 복제된 인간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심기만 하면 바로 인간복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배아는 영양분과 산소만 계속 주어지면 얼마든지 인간개체가 되는 것이다. 배아나 태아가 여느 세포덩어리와 다른 점은 바로 그 자체로 독자적 인간생명으로서의 모든 유전정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며 그 자체가 존중받아야 할 인간생명인 것이다. 이러한 인간생명을 다른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파헤치고 폐기시킨다면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며 생명경시풍조를 야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어떠한 방법도 자행될 수 있다는 공리주의는 다음 단계의 인간욕구로 이어질 것이다. 줄기세포로 해결되지 않는 인간의 장기를 얻기 위해 인간배아를 더 키워 수개월 된 태아상태로 발육시킨 후 장기를 얻어내는 방법이라든가, 인간개체복제를 시행한 후 필요한 장기를 분리한 후 복제된 인간개체를 폐기시키는 행위 등이 그것이다. 인간생명은 연속적인 과정이기에 어느 시점에서 장기나 세포를 추출했느냐는 사소한 차이일 뿐이며, 결국 인간생명인 배아의 복제는 인간복제의 한 형태일 따름이다. 목적이 좋으면 어떤 수단도 허용될 수 있다는 논리라면 클로네이드사가 성공시켰다고 주장한 불임여성의 복제인간 탄생도 비난할 근거가 없어지는 셈이며, 모든 생명공학의 실험은 다 허용해야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인간배아복제는 보다 건강한 인간 난자를 요구하게 될 것이며, 이미 시행되고 있는 난자매매는 더욱 성행될 것으로 생각된다. 금번 실험은 과학기술부가 지원함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려는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을 왜 그토록 정부가 지연해 왔는지 그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확인하게 하였으며, 경제적 이익에만 혈연이 된 생명공학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자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이러한 첨예한 인간배아실험을 허용한 정부나 기관의 생명윤리위원회의 검토도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필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우선 터뜨리고 보자는 막가파식 사고는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되며, 인간생명을 담보로 한 성공제일주의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인간 생명과 관련된 생명윤리는 한 번 잘못 판단했을 때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단회적인 생명을 다루고 있기에 그 어떤 실험보다도 신중하여야 하며 분명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대부분의 시민단체, 종교계, 여성계, 환경단체들이 이러한 인간배아복제를 반대하고 있음이 이를 입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철저하게 공리주의적으로 따져본다 하더라도 치매환자나 일부 환자의 치료효과를 위해 치루어야 할 대가는 한 번에 폐기처분 되어지는 수백 명의 인간배아의 고귀한 생명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야기될 인간생명 경시풍조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포함해야 하겠기에 결코 공리적이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다시금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할 것이다. 과연 인간 생명은 무엇인가? 인간 배아는 과연 우리가 지키고 보호해야할 인간 생명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을 위해 파헤쳐도 되는 세포덩어리인가? 한 해에 150만 명의 태아가 낙태로 죽어가는 세계 제일의 낙태천국에서 이루어지는 생명파괴의 이 처참한 현장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과학의 이름이라면, 하고 있다고 다 옳은 일이며, 할 수 있다고 다 해도 되는 것인가? 자기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연약한 인간생명을 과연 누가 지켜줄 것인가? 지극히 작은 자에게 행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우리 모두는 생명지기로서 스스로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연약한 인간 생명을 지키는 사명을 감당해 내며, 아울러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대체할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함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범주 안에서의 생명과학의 발전을 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