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읽기> 여론조사의 한계와 개선의 필요
지난 6·2 지방선거는 여당이 우세하다는 그 동안의 언론들의 예상을 뒤엎고 야당이 승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여론조사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며, 한계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 동안 언론사들이 여론조사 기관과 조사한 예측조사와 투표 당일 방송사가 조사한 출구조사에서는 최고 20%까지 차이가 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같은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이 조사한 것에서도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우선은 여론 조사로 나타난 수치를 보자. 서울 시장 후보로 나온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를 대상으로 조사한 5월 24일부터 26일 사이에 동아일보가 조사한 예측에서는 오 후보 지지가 50.8%, 한 후보는 30.0%였다. 5월 24일부터 25일 사이에 조선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오 후보 48.9%, 한 후보 31.2%로 나타났다.
5월 25일과 26일 사이에 한겨레가 조사한 것에서도 오 후보는 52.3%, 한 후보는 34.3%로 나타났다. 지상파 3사가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이에 조사한 예측에서도 오 후보 50.4%, 한 후보 32.6%로 대부분 조사에서 대체적으로 오 후보가 20% 포인트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상파 3사가 6월 2일 투표 당일에 출구 조사한 것에서는 오 후보가 47.4%, 한 후보가 47.2%로 매우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 개표 결과에서도 47.4% 대 46.6%로 출구조사 결과가 거의 틀리지 않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강원지사 후보 간의 예측 조사와 출구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앞의 경우와 같은 시기, 같은 언론이 조사한 방식에서 이계진 후보가 이광재 후보를 14~20% 포인트까지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6월 2일 출구조사에서는 오히려 이광재 후보가 6.2%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최종개표결과에서도 6.3% 차이로 승자가 결정 났다.
또 다른 광역단체장 선거인 인천에서도 안상수 후보가 송영길 후보를 8~12% 포인트 정도를 항상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에서는 송 후보가 52.1% 대 45.5%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도 52.7% 대 44.4%로 송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결과적으로 예측 조사는 많이 빗나간 반면에 출구 조사는 정확히 맞았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우선 조사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예측 조사는 무작위로 전화를 선정해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답변을 얻어내는 방식이라서, 유권자의 정확한 의사를 얻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이 시스템에 응답하는 비율이 10%가 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응답자의 비율이 높을수록 정확도가 높다는 이론도 있다.
그런데다 직장에서 늦게 돌아오는 젊은 층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점은 또 있다. KT 전화번호부의 등재율은 50~60%에 불과하다. 즉 국민의 50%에 대한 접촉 기회는 시작부터 못하는 것이 되고 만다.
반면에 출구조사는 조사원이 직접 투표한 사람을 찾아 조사하는 것이라서 그 정확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투표 1주일 전부터는 예측 조사 공표를 못하게 하고 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20~30대의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았고, 그들은 트위터(사용자 위치 표시가 되며, 짧은 글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 등을 통해 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가 큰 몫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막판에 변수도 작용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평소 앞서 가던 여론 조사에 안심했던 여당에게는 참패를, 여론 조사에서 밀리던 야당에게는 가려졌던 지지층이 드러나고, 또 열세를 극복하고자 하는 나름대로의 결속의 기회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 측면에서 여론 조사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으나, 승리한 야당에게는 고마운 일이 되고, 예측 조사와 출구조사가 판이하게 달라 무엇을 신뢰해야 할지를 몰랐던 국민들에게는 혼란을, 여론조사 기관들에게는 반성과 개선의 여지를 남기게 되었다.
이번을 계기로 국민들은 여론조사를 더욱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여전히 여론 조사가 필요하다는 바람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화여론 조사에서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를 좁히는 것이다.
즉 직접 통화를 통해 유권자의 의중을 확실히 들어보는 방식을 택해야 되고, 표본 집단의 균형성을 맞춰야 하며, 꼭 투표할 대상을 설문에 포함시키는 등의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여론조사 방법이나 결과는 결국 불신만 키우게 된다는 것을, 이번 선거 예측 조사에서 보여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