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상징물 해치로는 빈약하다
서울시(시장 오세훈)가 지난 2008년에 결정하여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서울시의 상징물로 홍보하고 있는 해치는 세계 속에 서울시를 상징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본다.
해치는 흔히 해태로 이해하고 있는바, 머리는 사자와 비슷하고, 뿔이 달려 있으며, 온 몸이 비늘로 덮여진 상상의 동물로 여겨져 온다. 해치는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고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신수(神獸)’로 알려져 왔다.
이에 착안하여 서울시가 도시를 지켜주는 수호신적 존재로, 해치를 상징물로 하여 600년 역사를 가진 서울시를 브랜드화 한다는 생각이나, 과연 상상의 동물로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과 경쟁하고 있는 나라들도 대부분 그 도시를 세계인이 기억하게 하는 상징물은 있다. 이를테면 중국의 북경에는 천안문, 자금성이 있고, 일본의 동경은 도쿄타워, 뉴욕은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 파리에는 에펠탑, 싱가포르에는 멀라이언(사자 상)이 있다. 필리핀의 마닐라에는 바로크 양식의 교회가 상징물이 된다. 그러고 보면 대부분 고궁이나 건축 구조물로 상징물을 삼고 있다.
그런데 21세기를 선도해 나가고 세계 속에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서울시의 상징물로, 존재하지도 않았고 실존하지도 않는 상상의 동물에다가, 미신적인 요소(수호신의 성격을 기대함)까지 가미된 것으로, 과연 서울 시민과 세계인에게 사랑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그로 인하여 서울시와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좀 더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상징물은 없는가? 서울에는 많은 문화유산이 있다. 역사적 숨결이 배어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런 것 중에서 서울의 상징물을 삼는 것은 어떨까? 서울을 상징하고 세계도시와 경쟁을 위한 것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기에 좋고 친근한 것이 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앞으로 서울시의 상징물로 결정한 해치를 넣어서, 각종문서, 인증제도, 각종 사인물, 뱃지, 명함 등에까지 사용하며, 심지어 시내버스나 택시에도 그런 문양을 넣는다고 한다. 그런데 국민들이 알고 있는 바로는 해치, 즉 해태는 이미 모 제과회사에서 상표로 사용하고 있어 자칫 분쟁의 소지가 있으며, 이미 있는 것을 새로운 것인양 상징물로 홍보하는 것도 서울 시민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거듭 말하거나와 해치 문양은 일부 서울시민의 정서만을 생각한 것이며, 세계인들에게 어필하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도시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서울시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현재의 해치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이제라도 서울시는 상징물 사용을 더 확산시키기 전에 서울의 역사, 한국인의 정서, 그리고 세계인이 공감할 상징물을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