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전쟁 중
지금 한국은 전쟁 중이다. 북한과의 위험한 관계만이 아니라, 온 국민들이 누구와 또는 무엇과의 전쟁 중이다. 여야 간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노사 관계도 다툼이 없는 날이 이상하게 여겨지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교사(敎師)사회에서도 이런 저런 문제로 편이 갈리어 싸우는 모습은 이제 일상의 일이 되고 말았다. 언론사 간에도 서로가 ‘네가 문제가 있다’고 삿대질이다. 한국사회는 지금 전투 모드(mode)가 진행 중이다.
언론 권력과 사정 권력 사이에서도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지식인 사이에서도 생각이 엇갈린다. 남북 간에도 서로를 견제하고 여차하면 상대방을 더 많이 죽이기 위한 전쟁 준비에 분주하며,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종교계에서도 다른 종교를 공격하는 것이 자신들이 이익을 얻을 것으로 여겨서 부단히 상대를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오죽하면 ‘종교 차별금지법’이라는,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희귀한 물건(법)을 만들어 내려고 하였는가?
전쟁과 같은 싸움의 내용을 살펴보면, 무엇이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전장(戰場)에서 처럼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식의 극단적 생각들이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상대방이 무릎을 꿇고 항복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는 원사이드 게임처럼 양보와 이해를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지금 사회갈등으로 인하여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다. 24일 모 경제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국민 1인당 연간 630만원씩의 손해를 보고 있으며 이는 GDP의 27%를 싸우는데 소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갈등 지수는 0.71로 OECD 평균(0.44)을 훨씬 웃돌고 있어, 민주주의 성숙도면에서도 27위로 꼴찌이다.
이러한 싸움의 밑바탕에는 이념적인 색채들이 깔려 있다고 판단된다. 굳이 싸움의 이유가 되지 않아도 색깔을 입히면 곧 바로 전쟁 모드로 변환한다. 지금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념 때문에 물어뜯고 할퀴는 곳은 없다. 이념에 더하여 이미 역사적 심판이 끝난 일인데 아직도 체제우위의 논쟁이 계속되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전쟁은 인간의 세계에서 ‘가장 최악의 질병’이라는 말도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상대를 인정하지 않아 벌어지는 싸움의 전형은 정치 쪽이 단연 으뜸이다. 일하지 않고, 싸움판에 가장 잘 끼는 정치인들을 유권자의 힘으로 레드카드를 사용해야 할 정도이다.
이긴 자만 살아남는, 동물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는 사회적 인간이 지향하는 행복한 세상이 아니다. 함께 살고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하여 바르게 살려는 생각들로 바꾸어 가야 한다.
인간은 한 시대만 살다간다. 그러나 인간의 책무에 대한 심판은 역사로 이어진다. 역사 속에서의 시대의 비극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 이제 한국 사회 속에서 전쟁의 광기(狂氣)는 사라져야 한다. 59년 전 6.25의 참상을 오늘 우리는 잊었는가? 평화의 가치를 잊었는가? 사랑하는 후대에게 다시 전쟁의 유산을 물려줄 것인가? 전쟁모드가 아니라 세계 인류를 향한 평화의 레이스로 전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