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구속과 사이버 범죄
인터넷 경제 논객 ‘미네르바’ 박 모 씨가 구속되었다. 죄명은 인터넷에 의한 허위 사실 유포 혐의이다(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그는 인터넷 다음의 ‘아고라’ 등에 280여 편의 글을 올렸는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경제 대통령’이라고까지 칭송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
그래서 필명 미네르바에 대하여, 미국에서 유학하여 경제를 전공한, 경제 분야 전문가로 소문이 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막상 검찰이 그를 붙잡고 보니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와 경제 전문가와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네르바로 활동해 온 박 모 씨의 구속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계는 물론, 법조계, 언론계, 시민 단체, 학계 등은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의견으로 나뉘어 있다.
구속을 찬성하는 쪽은 허위 유포에 의한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다고 보는 것이고, 반대하는 쪽은 전기통신 기본법에 의한 공익을 해할 목적에 다른 죄의 성립과 법 적용이 모호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사용한 박 모 씨에 대한 조사는 계속되고 있으며, 결국 법원의 판결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느끼는 것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때로는 얼마나 허망하고 황당한 일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또한 비록 가상공간이지만 자기주장에 대한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한다.
첫째는 인터넷 상의 주장이나 견해가 얼마나 사실과 함께 신뢰감을 주느냐 하는 것이다. 박 모 씨가 세인들에게 관심을 끈 것은 그가 인터넷에서 경제 상황에 대하여 예측한 것이 한두 가지 적중했기 때문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슈는 매우 중요했기에 그만큼 영향력도 컸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글을 쓴 것에 대하여 ‘IMF 외환위기 당시 피해를 당한 서민 등에 도움을 주려고 글을 썼다’고 한다.
정말로 그가 노련한 경제 전문가였다면 통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구속된 박 모 씨는 지금까지 밝혀진 대로, 그만한 위치에 있는 전문가가 아니었다. 경제 문제는 전문가들도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일개 비전문가가 쓴 글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고 하는 것을 생각하면, 등줄기에 식은땀이 날 지경이다.
둘째는 검찰이 ‘허위적 사실 유포’만을 이유로 하여 박 씨를 전격적으로 구속했다는 것이다. 물론 박 모 씨의 글에 많은 사람들의 호응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정부의 정책에 심대한 타격을 받을 정도였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지금 세간과 일부 법조인들도 구속의 요건이 되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괜히 표현의 자유를 건드려 국민들이 반발하도록 만든 것은 아닌지?
셋째는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에 대하여 탄핵하자는 서명운동이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청원에는 판사 개인의 신상까지 공개되고 있다. 이것은 또 다른 의미의 폭력이며, 사법부 권위에 대한 부정이기에 우려된다. 영장 담당 판사가 영장 발부를 비록 허락했다 해도, 법리 논의를 거쳐, 법원의 판결은 아직 남아 있다.
이번 사건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는 ‘사이버 모욕죄’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이 법률 제정의 타당성 문제에 앞서, 우리 인터넷 문화는 강제성을 띠어야 할 정도로, 오류와 건강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본다.
자신이 한 말을 책임질 줄 모르는 일방통행 식 주장, 남의 인격을 짓밟고서도 일말의 가책도 없는 사회는 분명 건강하지 못하다. 이는 제2, 제3의 미네르바의 주장에 환호하면서도, 정작 우리 모두가 겪게 될 혼란과 고통에는 외면하는 일그러진 사회가 될 것임에,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번의 미네르바 사건은 우리 사회 각계에 시사하는 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