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누구의 책임인가?
욕이 저절로 나오는 드라마, 막 나갈수록 막 본다. 요즘 대유행인 ‘막장 드라마’에 대한 평가이다. ‘막장’이라는 말은 광산 갱도의 맨 마지막 막다른 곳을 말한다. 더 이상 나갈 데가 없는 종착지이다. 시청률이 꽤나 올라가는 요즘의 드라마가 대부분 이에 속한다.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구성, 소재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막장 드라마의 호칭도 여러 가지이다. 막장이라 해서 ‘막드’, 욕을 하면서 본다 하여 ‘욕드’, 상식 밖의 내용 전개와 일부 어설픈 연기자의 연기를 보면서 시청자들의 오금이 저려온다 하여 ‘오글 드라마’가 그것이다.
드라마에도 등급이 있다.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즐겨 볼 수 있는 ‘명품 드라마’, 극의 완성도와 영상미를 갖춘 ‘고품격 드라마’, 전문성을 띤 내용의 ‘마니아 드라마’ 그리고 상식을 벗어난 소재와 극 전개의 ‘막장 드라마’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드라마는 대부분 ‘막장 드라마’ 종류이다. 이미 종영이 됐거나 현재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중에 대표적인 막장 드라마는 <하늘이시여> <조강지처클럽> <아내의 유혹> <너는 내 운명> <흔들리지 마> <꽃보다 남자> <에덴의 동쪽> 등이 있다.
막장 드라마에서 단골 메뉴로 사용되는 소재는 ‘불륜’과 ‘패륜’이 빠지지 않는다. 거기에다 강간, 강제 낙태, 법적 남매(자매), 혼전 임신, 여자의 복수 등 소재에서 이미 일반성이 떨어지고, 드라마 전개의 억지성이 눈에 띤다.
시청자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막장드라마를 보면서, 분노하고, 말도 안 된다고 흥분하면서도 드라마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막장 드라마는 가족과 가정을 배경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가족의 사랑은 허울에 불과하고, 평온한 가정에서는 있지도 않을 소재를 통하여, 가정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
이에 대하여 어느 평론가는 ‘막장 드라마는 가족 드라마란 태반에서 가족 드라마가 할 만한 모든 것을 먹고 뚱뚱해진다. 그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독한 갈등까지도 섭취한 괴물이다’라고 평가한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드라마 중 몇몇이 40%대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전문가들에 의하면, 첫째, 경제 불황과 사회불안 요인으로, 비록 황당할지라도, 고단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것에 중독되어 간다는 것이다. 둘째는 방송사들이 광고 시장이 줄어든 마당에 어찌해서라도 시청률을 높여, 높은 단가의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서란다.
그러고 보면, 방송사나 시청자 모두에게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당연히 방송사의 잘못이 훨씬 크다. <시청률>이라면 공영방송이든 민영 방송이든 양심도 방송윤리도 실종되니 말이다. 급기야는 이러한 막장 드라마에 대하여 시청자들의 의견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용을 심의 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 한다는 항의가 있기 때문이다.
막장드라마가 흥행하는 이면에는 분명 우리 사회의 건강치 못한 부분들이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방송사는 시청률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고품격의 방송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막장 드라마와 같은 뒤틀린 소재의 드라마는 만들어내지 말아야 한다.
시청자들도 ‘명품 드라마’만을 선별하여 시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막장 드라마’가 유행하게 된 것이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지게 되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본다면, 드라마를 제작하는 방송사가 개선하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그래도 시청자들의 불시청 결정에 맡기는 것이 빠르다고 본다.
아무리 방송사가 ‘막장 드라마’를 만든다 하여도, 시청자들이 이를 외면하면 방송사도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종류의 드라마는 만들지 못할 것이다.
막장 드라마, 시청자들의 현명한 선택으로 막장에서 다시 나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