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의 거리 촛불 집회에 대하여
지난 두 달 이상을 끌어온 수입 쇠고기 관련 촛불시위가 이제는 종교인들이 참여하는 촛불 집회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 30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시국 미사를 한 것을 시작으로, 다른 종교계에서도 기도회를 하거나 법회를 준비하고 있다.
종교계가 촛불 집회를 하게 됨으로 폭력적 시위가 평화적 시위로 바뀌게 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이 시점에서 종교계 일부의 때늦은 촛불 집회 참여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어떤 효과를 가져 오게 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촛불 시위는 처음의 순수한 ‘국민 건강 차원’에서 행하던 것과 지금은 많이 변질되어 있다. 또 국민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정부로서는 재협상에 준하는 노력을 해 온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국가의 안정과 국민 간에 화합해야 할 시점에, 종교계가 촛불 집회로 다시 어수선한 정국에 점화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촛불 시위가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낸 것이라 해도, 이제는 스스로 불을 꺼야 할 시점이다. 국가의 모든 정책의 방향과 결정을, 거리에서 시민들이 드는 촛불의 향배로 결정해 나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종교와 우리 사회가 갖는 “정의”는 방법은 달라도 내용은 같다고 본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의인지,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를 꼼꼼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종교인들이 외치는 일부 구호를 보면,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들도 있다. 이는 바른 정의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선동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1970년대 유신독재 시절이나, 1980년대 군사 독재 시절도 아니고, 무시무시한 공안 정국도 아니다. 얼마든지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시대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종교계가 정치에 개입하는 형국은 아무래도 어색하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읽어내기가 어렵다. 지금은 ‘명분’도 ‘시기’도 적절치가 못하다. 그러므로 종교계가 거리로 나서는 일은 자제해야 할 일이다.
종교계가 정치에 깊이 개입하여 친 권력적이거나, 반대로 사회정의의 문제가 모호한 상태에서, 종교본래의 진리나 자유의 침해 같은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인내 없이 정권에 대항하여 반정부적일 때, 종교가 지니는 고유의 가치와 그 기능이 훼손될 수도 있다.
이제는 냉정하게 모두 자기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종교인은 종교인의 위치로, 정치인은 정치인이 있어야 할 자리로, 국민은 국민대로 자기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지켜 나갈 때,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으며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