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 개명 공청회
2006년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즈음하여 한국교회언론회는 그동안 공청회 및 다양한 언로(言路)를 통해 수합한 의견을 발표하면서 관계기관에 진지한 성찰과 토론, 그리고 대의를 위한 결단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국 국민 모두는 2002년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개최된 한일월드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니 많은 세계인들이 당시에 열정과 격정으로 목놓아 외쳐댔던 “대~한민국!”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만큼 응원의 열기가 전국민적인 대동단결로 승화되었고, 전세계인들도 이를 함께 전율하며 세계 속의 한국을 각인시켰습니다.
당시 응원의 중심에 “붉은 악마응원단”이 있음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붉은 티셔츠 를 입고, 붉은 색으로 상징되는 열정과 생명성, 열기와 창조적 흥분은 아직도 우리 몸 속에서 진동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사 속에 비극으로 남아있는 붉은 색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응원을 통해 해소 되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가지, “악마”라는 명칭은 국민 모두가 합일한 사항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그 명칭은 한국팀을 응원하던 국민들이 이름에 대해 깊이 성찰할 겨를 없이 응원에 몰입하게 되었기에 그냥 받아들여졌던 것입니다.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몇몇 종교단체에서 모든 이름에는 각기 향유하고 있는 고유성과 대표성의 근거를 들어 “악마”라는 이름을 개명해 줄 것을 제안하였으나 거대한 응원의 열기 속에 고려할 시기를 놓쳤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 용어가 지금도 문제시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용어는 한국 사회 뿐 아니라, 세계 속에 비록 응원이라는 한정된 분야이지만 계속 사용될 경우 결코 긍정적인 이미지를 남기지 못하리란 의견이 사회 각 계층에서 심각하게 제기 되고 있습니다.
특히 2006년 월드컵은 유럽의 중심, 독일에서 열립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카톨릭과 개신교가 우세한 지역이며, 그들에게서도 악마란 이름이 가끔은 애칭이요 마스코트로 쓰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 한국 축구응원단이 가는 것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서 민간외교관의 위상도 함께 하게 됨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차제에 우리응원단이 새로운 이미지를 가지고 세계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2006년 월드컵은 현재 동아시아 지역에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축구응원을 “응원문화”로 승화시켜 민간외교의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축구 응원단이 더 멋지고 풍성한 이미지로 변모하여 세계로 나간다면 유럽 속의 한류, 분명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를 정치, 경제, 문화 등의 가치로 환산하자면 대단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붉은 악마라는 반복된, 단일한 이미지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에 개칭과 더불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그동안 익숙하게 사용해 오던 태극전사를 활용하는 안입니다. 태극전사의 이미지를 변용하여, “붉은 전사” (Red Warrior)로 개칭한다면 한국 역사 속 불세출의 전사인 광개토왕, 이순신 등을 세계인의 가슴에 새길 수 있습니다. (광개토왕을 통해 북방의 진취적 기상을, 이순신 장군을 통해 진정한 영웅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둘째 한국 고유의 상징인 호랑이를 변용하여, “붉은 호랑이” (Red Tiger)로 이름을
새롭게 한다면, 유약해지는 신세대에 강인한 생명성과 야성까지 감성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토끼로 폄하되던 식민주의적 표상을 극복하게 됩니다.)
셋째 이번 기회에 한국 역사와 문화를 응원문화로 승화시키도록 지혜를 모읍시다. 승리만을 위해 응원하는 듯한 모습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당당히 승리를 겨루는 한국민의 기상과 전통 문화를 보여주도록 합시다. 이를 위해서 “악마”라는 부정적 단색의 이미지는 더 이상 세계인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고 봅니다.
차제에 장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문화적 저력과 다양한 이미지들을 세계 속에 심도록,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응원문화가 세워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를 한국축구 응원단은 심각하게 고려해 볼 것과, 관계기관들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협조하도록 제안하며 한국교회도 차후에 적극 협력할 것을 밝힙니다.
2005년 12월 13일
한국교회언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