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아직도 ‘종교편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학부가 2007년부터 제7차 <개정교육과정>을 통해 추진하여 만들어진 2011년 역사·사회 교과서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아직도 ‘종교편향’적인 요소가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3월 9일 「한국교회역사바로알리기운동본부」(전문위원장 박명수 교수)의 발표에 의하면, 중·고교 교과서에서 과거보다는 수정된 부분도 있으나, 기독교의 역사적 기여도를 타종교와 비교할 때 여전히 기독교에 대한 서술은 빈약하다는 것이다.
우선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가 분석한 중학교의 역사교과서를 살펴보면(표1),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종교개혁”에 관하여 교과서 8종<미래교육, 비상교육, 천재교육, 지학사, 두산동아, 교학사(1), 대교, 교학사(2)> 가운데 제대로 서술한 곳은 3종<미래교육, 비상교육, 천재교육>만이 언급했고, 나머지는 이를 소홀히 하거나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표1>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기독교 서술내용
더욱 심각한 것은 세계 역사와 문화를 주도한 기독교의 시작에 대한 설명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불교, 유교, 가톨릭, 천도교 심지어 정감록에 이르기까지 기술했으나 기독교만 제외한 것은 역사교육에 대한 균형감각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개정교육과정>과 <집필지침>에서 개항 이후의 모든 종교에 대해서 공평하게 서술하도록 한 것이 결과적으로 기독교 문제를 소홀히 다루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안양대 이은선 교수가 분석한 중학교의 사회과 교과서를 보면(표2), 15종<법문사, 더 텍스트, 삼화출판사, 천재교육(1), 비상교육, 교학사(1), 교학사(2), 천재교육(2), 교학사(3), 지학사, 미래앤컬처, 새롬교육, 천재교육(3), 금성출판사(1), 금성출판사(2)>가운데 12종은 비교적 각 종교를 균형 있게 소개하고 있으나 천재교육(3)과 금성출판사 등은 이슬람, 힌두교, 가톨릭은 설명하면서도 기독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표2> 중학교 사회 교과서의 문화적 접근과 종교
또 사회과 부도의 한국종교 상황 표시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되어 수정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3)
< 표3> 중학교 사회과부도의 종교영역표시 수정여부
세 번째는 서울기독대 백종구 교수가 분석한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의 문제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검증을 받은 교과서는 총 9종인데, 종교에 대하여 언급한 것이 3종이고, 그 중에서도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가톨릭 등은 언급하지만 기독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심각한 종교 편향이다. 또 한국을 ‘유교문화권’으로 분류하여 기독교의 존재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개정교육과정>은 ‘현대와 가장 가까운 과거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므로 현대 세계와 우리 국가와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확대 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런데 왜 근·현대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기독교에 대한 서술이 빈약한가? 그것은 배타적인 ‘민족주의’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집필지침>에 보면 ‘국사는 우리 민족의 정신과 생활의 실체를 밝혀 주는 과목으로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함양시키는 구실을 한다’라고 못 박고 있다. ‘민족주의’를 강조한 대목이다. 편협된 민족주의는 바른 역사 서술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를 국교로 삼았었고, 이조시대는 중국에서 발원한 유교를 국교로 삼아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근·현대에 이르러 중동에서 시작되고 서양에서 보급된 기독교가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므로 특정 종교만이 우리의 문화라고 고집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종교적 경험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근․현대사에서 기독교를 빼고는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 아닌가.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오므로 근대화가 이뤄진 것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는가? 병을 치료하기위해 만든 의료시설, 학교를 세워 문맹을 퇴치하고 인재를 양성한 교육시설, 성경을 통한 한글보급운동, 찬송가로 인한 음악의 발전, 조혼풍습, 남녀불평등, 축첩타파 등 불건전한 문화를 타파한 계몽운동, 나라 잃은 국민들에게 독립심을 고취한 독립운동, 사회복지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역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을 위해 독재와 맞선 민주화운동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기독교 활동의 역사적 사실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고루한 민족주의에 사로 잡혀 기독교를 외래종교쯤으로 생각하고 교과서에서 소홀히 다루는 것은 대단히 잘못되고 비뚤어진 역사인식이다. 국민의 20% 정도가 기독교인이고, 기독교 전래 130년이 되었는데,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공교육은 교과서를 통해 이뤄진다. 그 교과서가 객관적이고 공정할 때 자라나는 세대인 청소년들에게 바른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와 역사를 다루는 학자들과 교과서를 집필하는 학자들에게 공정성과 균형잡힌 인식을 촉구한다.
한국교회도 근·현대사에서 기독교가 우리 사회와 역사에 끼친 영향력에 대하여 정확히 기록되도록 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아울러서 교과서에 기록된, 기독교, 개신교, 크리스트교로 혼용되고 있는 용어를 “기독교”로 통일하도록 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