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성경전래지 마량진, 성지사업 발대식
한국에 기독교(개신교)의 복음이 들어온 지 130년이 되어 가고 있다. 이것은 한국에 복음이 공식적으로 들어온 것을 1885년 4월 5일 부활절 아침으로 볼 때이다. 그러나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그 역사는 훨씬 길다.
즉 언더우드, 아펜젤러 선교사가 입국하기 전인 1882년 이수정, 서상륜, 이응찬 등의 수고와 중국에 있던 존 로스와 매킨타이어 선교사의 헌신에 의하여 한글로 번역된 누가복음, 요한복음 등의 성경이 먼저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1866년에는 미국인 토마스 목사가 평양의 대동강 변에서 성경을 전하려다 순교하는 사건이 있었고, 1832년에는 독일인 귀츨라프 목사가 충남 홍성의 고대도에서 성경전수를 시도하였다.
그런데 이보다 8년 앞선 1816년 충남 서천의 마량진(갈곶)에서는 영국의 해안 탐사선 알세스트호(함장 머리 맥스웰 대령)와 리라호가 상륙하여 당시 첨사(僉使) 조대복에게 영어 성경을 전달하였다. 이것이 한국 땅에 최초로 전달된 성경이다.
이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데, 순조 16년으로 기록이 남아 있고, 영국의 바실 홀, 맥레오드의 조선항해일지에도 남아 있다. 따라서 한국에 복음이 들어온 것을 성경전래 시점으로 따지고 보면, 1885년보다 69년이 앞서는 셈이다.
사실 이러한 중요한 기록은 백낙준 박사나 1970년대 김양선 박사의 “한국기독교사연구”등에 나오지만, 한국 교회가 큰 관심을 갖지 않아서 사장되다시피 한 것이다.
그러다가 2000년대가 되면서 지역 기독교 연합회가 ‘운동’으로 확산하자는 제안을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관광을 목적으로 ‘성역화 사업’에 관심을 가졌으나 ‘기념비’를 세우는 정도에서 그치고, 큰 진전이 없었다.
마량진은 복음의 불모지였던 한국에 최초로 성경을 전달했던 곳이며, 오늘날 한국이 하나님의 축복으로 잘 살도록 한 시초이며, 소망이 없던 이 땅을 복음으로 일구고, 우리 사회를 근대화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 전환기적 사건이다.
따라서 너무 늦은 감이 있으나, 마량진 성역화에 한국교회가 역량을 모아야 한다. 또 이곳은 한국에 복음을 전했고, 배재학당과 같은 우수한 학교를 세운 아펜젤러 선교사가 성경 번역을 위해 인천에서 목포로 내려가던 중 순교한 곳이기도 하다.
소중한 교회 역사이자, 우리 역사이며 문화인 성경전래가, 잊혀져 가던 중 다행히 「마량진성지사업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된다하니 환영할 일이다.
마량진에 성지 사업이 완성되면, 한국기독교 역사관, 미래관, 선교사 기념관, 예배당, 십자가 등의 조형물이 들어서게 된다. 이 사업을 통한 수익금이 발생 시 대다수를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계층을 위해서 사용하겠다는 뜻도 알려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 14일 여의도에 있는 63빌딩에서는 마량진 성지화 사업을 위한 발대식을 가졌다. 이날 발대식의 주요 순서는 제1부 김병찬 아나운서의 사회로 시작되어, 전 숙대 교수이며, 한국사학회 회장인 이만열 교수의 특강이 있었다. 이어서 제2부에서는 종교교회 담임 최이우 목사의 사회로 예배를 드렸다. 순서자로는 장명근 교수의 트럼펫 연주, 서현교회 담임 김경원 목사의 기도, 은평성결교회 담임 한태수 목사의 성경봉독, 서울신학대 합창단의 찬양 후, 신촌성결교회 이정익 목사의 설교가 있었다.
이어서 아세아연합신학대 고세진 전 총장의 축사, 삼성제일교회 윤성원 목사의 광고와 (주)백제캐슬 한윤구 대표와 사회사업 단체 간의 ‘나눔협약’이 있었다. 그리고 영안교회 양병희 목사의 축도를 예배를 모두 마쳤다.
제3부는 가수 혜은이와 CBS 합창단의 특별 찬양으로 이어졌다.
한편 이날 특강을 한 이만열 교수는 ‘한국교회가 교회사에 대하여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하며, 기독교 복음 전래를 기존의 연대보다, 오래된 시점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하였다.
역사는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에드워드 카(Eduard Hallet Carr)의 말처럼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은 오늘을 해석하고 내일을 조망하며, 인류의 생명을 구원하고, 역사를 리드하는 능력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교회가 이 땅에 최초로 전래된 성경의 역사를 기억하고, 이를 후대에 정확히 알리기 위하여 기념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