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교회 밖을 이해하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를
안티 기독교의 주장, 존중받기 원하면 먼저 존중하라
한국교회언론회(대표: 박봉상 목사, 이사장: 최성해 총장)가 23일 연동교회에서 「교회 밖과의 대화」의 일환으로 “안티 기독교와 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패널로는 해외에서 생각하는 한국교회와 안티 기독교에 대하여, 호주 시드니 사랑방교회 지성수 목사, 지난 7월 아프간에서의 한국교회 봉사단원 피랍과 관련하여, 한국교회를 맹비난했던 악플러와의 대화를 시도했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 기독교 변혁을 외치는 세계와기독교변혁연대 정강길 연구실장, 반기독교의 선봉에 서 있는, 반기독교시민운동연합(이하: 반기련)의 이찬경 회장이 참여하였다.
패널 토의에 앞서 대표 박봉상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안티 기독교와의 대화 시간을 갖게 된 것은 한국교회가 교회 밖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해 달라’고 하고 ‘한국 교회는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정신을 불어 넣었고 삶의 질에 변화를 가져온 종교인데, 안티 기독교를 표방하는 분들도 기독교에 대한 오해나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과, 일방적 주장만을 내세우지 말고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시민운동에 임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하였다.
이 자리에서 반기련 이찬경 회장은 기독교를 반대하는 이유로, ‘기독교가 사랑을 외치면서 뒤로는 물질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교회 내 물질만능주의에 대하여 비난하였다. 또 지도자급에 있는 일부 목사의 일탈과 그 부도덕성을 꼬집었다. 그밖에 기독교가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교리로 다른 문화와 다른 종교에 대하여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고 질타하였다.
조성돈 교수는 안티 기독교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교리적인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태도적 문제이다. 그 중에서 교리적인 면에서 성서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성서는 믿음의 대상이며 표상이며 상징인데, 이를 현실의 논리로 이해하려는 것은 심각한 모순에 부딪친다고 지적하였다.
또 구약 성경에 나타나고 있는 이스라엘 민족과 타민족과의 전쟁의 문제를, 살인과 폭력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전제의 오류라고 지적하였다.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신약에 이르러서는 전쟁에 대한 언급이 없고, 기독교인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라는 것으로 변화가 이뤄졌음을 주의해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기독교를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로는 기독교인의 삶의 태도적 문제이다. 이 지적에 대하여, 조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무조건적으로 반성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서도, 이것은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를 포함한 한국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함이 옳을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기독교가 반사회적이라는 지적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판이라고 강변하였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 속에서 기독교가 중심이 된, 국내․외 구제와 복지, 시민운동과 사회 활동 등의 여러 분야에서 타종교나 시민단체를 훨씬 능가하는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라고 하였다.
기독교계에서 열린 시각을 가지고 안티 기독교 활동을 바라보고 있는 패널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세 패널 공히, 안티 기독교 활동은 상당히 제한적이고 폭력적이며, 자신들에게도 유익을 찾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지성수 목사는 ‘안티는 기독교에 대하여 성급하게 일반화하고 있다. 안티에서 말하는 19세 이하가 성경을 읽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안티 사이트에 19세 이하가 들어가선 안 된다는 말로 바꿔야 한다. 거친 배설적 표현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로마의 네로 황제도 못한 기독교 박멸이란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를 대승적 차원에서 바라보라’고 요청하였다.
정강길 실장은 ‘안티 기독교는 기존 기독교의 폐해로 인해 발생하였지만, 기독교는 무조건 망하라는 신념이 무차별적으로 전제되고 신봉된다는 점에서, 그 폭력성만큼은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그러면서 강 실장은 ‘기독교가 우리네 삶 속에서, 사회 속에서 제대로 건강한 모습을 보여 주면 안티가 생길 이유가 없다’고 기독교계의 변화를 요구하였다.
한편, 이날 사회를 맡은 이억주 목사는 ‘교회의 사명이 세상에 축복이 되리라는 사실을 우리는 의심하지 않고 있다. 하나님은 교회를 화해와 변화의 동력으로 사용하시기를 원하신다. 교회가 신앙양심에 직면하도록 하나님께서 세상을 도구로 사용하실 수 있음을 역사에서 볼 수 있다. 이 말은 기독교의 진리와 교회의 활동이 항상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상 가끔은 세상이 교회를 향해 진리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깨우쳐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교회는 그러한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술회하였다.
그리고 이 목사는 현재의 안티 기독교에 대하여, ‘백번 양보해도, 좀 점잖은 의견 개진에서 너무 멀리 떠나 있다. 공격만을 위해서라고 해도 너무 심한 데가 있다. 표현이 심하면 원하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된다’고 하였다.
기독교는 한국 사회에서, 이미 타종교가 지배했던 바탕 위에서, 120여 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다수의 신앙인을 확보한 종교가 되었다. 이는 구 한 말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소망이 없던 민족과 국가에 희망을 가져다 준 결과이기도 하다.
기독교가 우리 사회 속에서 지금까지 이룬 업적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든 부정적으로 평가하든 그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 속에서 기독교의 역할이 빠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포괄적인 면에서 기독교인의 활동의 폭은 넓다.
그러나 한국 기독교는 과거의 영광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의 영향력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안티 기독교의 출현은 한국 교회에 크나큰 도전이라고 본다. 반면에 또 다른 측면에서 좋은 기회도 되리라고 본다. 그러므로 한국교회가 교회 밖의 비판 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며, 한편으로는 교회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데 힘써야 한다.
한국 사회와 세계 교회 가운데, 한국기독교가 감당해야 할 역할과 책임은 크다. 그러나 비난받는 현재 모습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진다. 예수의 생명력과 기독교의 선한 가치를 온 세계에 펼치게 하고, 국가와 민족에 새로운 소망이 되게 하기 위하여, 한국교회의 개혁과 자정 노력이 더욱 새롭게 요청되고 있다고 하겠다.
이날 모임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목회자와 성도 그리고 반기련 회원 다수가 참여하여 150여명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진지한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