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행사가 전국 진혼굿대회로 둔갑
용인문화원 포은 문화제에서
한 지방자치단체 후원으로 그 지역에 있는 문화원이 「문화제」라는 명목으로 ‘전국 진혼굿 대회’를 계획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경기 용인시와 용인문화원은 6월 9일부터 11일까지 용인시 수지 지역에서 포은(정몽주)문화제를 계획하면서 <상여놀이 대회> <전국 진혼굿 대회> <산신제> 등 무속적 색채의 행사 일정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충신의 전형으로, 후손들에게 절개의 귀감이 되는 포은 정몽주를 기리는 행사에 과연 전국 굿 대회가 필요한가? 포은 선생은 고려 말과 이조 초기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고려조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지 않고, 결국 참혹한 죽음을 당한 인물이다.
그런데 문화라는 이름으로 수백 여 년 전 인물의 억울한 죽음을 달래기 위해 굿 대회를 한다는 용인문화원의 변명이, 역사의 교훈을 새롭게 한다는 면에서도, 건전한 문화의 발전적 계승을 위해서도 별로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고 본다. 포은 선생은 고려조 불교문화권의 인물이며, 현재의 산 자들이 자신들을 위하여 만든 굿판이 고인에게 과연 무슨 위로가 되겠는가?
미신적이고 주술적인 것을, 한 시대 충신을 위한 의미 있는 추모의 뜻으로 꾸미기에는 오히려 역사적 인물에게 누(累)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미명하에 전근대적인 미신행위를 벌이고 있는 단체에, 국민들이 낸 세금을 후원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위는 세수를 낭비하는 원칙 없는 것이며, 지역 주민 모두를 미신적 행위에 동참시키는 것이기에, 당연히 주민들의 불만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용인문화원은 작년에도 광복절 행사로 ‘할미성 대동굿’을 하는 등 미신문화보급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양식 있는 지역주민들로부터 문화원에 대한 불신감과 무용론을 배태(胚胎)시키고 있다.
이제라도 용인문화원은 이러한 문제가 있는 행사에 대해서는 대폭적인 개선을 하여야 할 것이며, 용인시청은 이런 어둡고 불건전한 문화 행사에 대해서 바른 행정감독과 함께, 재정 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