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에 잊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이야기
6월은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신 분들의 고귀한 뜻을 기리는 달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에는 수많은 분들의 수고와 희생이 있었다. 국가에서는 특별히 6월 6일을 현충일로 정하여 국가적 기념일로 지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날은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신 분들에게 감사하는 날이며, 그 은혜를 잊지 않는 날이며, 보답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날이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구한말 항일투쟁을 하신 분들과 일본에게 국권을 잃은 후에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 그리고 6.25 전쟁 희생자 등을 기억하는 동시에, 또 잊어서는 안 되는 분들이 있다. 오늘의 한국 기독교가 있게 하신 분들, 그리고 한국을 한국인보다 더 사랑하신 선교사들이 계시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웠으면 한다. 그들 중에는 국가독립유공자로 추서된 분들도 있다.
양화진 선교사 묘지에 가면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다. 먼저 헐버트(H.B. Hulbert)선교사를 소개한다. 그분은 대한민국정부로부터 건국훈장이 추서된 분이다. 헐버트 선교사는 1886년 육영공원 교사자격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해서 일제에 의해서 강제로 출국당하기까지 23년간을 한국을 위해서 수고하신 분이다. 우리나라에 YMCA를 창설하여 기독교 사회운동의 초석을 놓은 분이며, 일제가 한국을 불법과 무력으로 강점하려는 시기에 그 만행과 불법을 세계에 알리기를 애썼고,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평화회의에 한국 대표단을 밀파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분이다.
헐버트 선교사는 1945년 한국의 해방과 1948년 독립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뻐했으며, 1949년 8.15 한국정부 독립 기념식 때에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국빈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그 때에 86세로 노환과 긴 여행으로 인하여 기념식에 참석하지도 못하고 한국의 한 병원에서 소천 했으며, 양화진 선교사 묘지에 묻히었다.
그의 묘비에는 “나는 웨스트민스터 성당에 묻히기 보다는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 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특이한 한 분이 있다. 베델(Bethell)이다. 영국인으로 일본을 거쳐 한국에 오신 분인데, 이분은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여 일제가 행한 부당성과 만행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의 독립을 위해서 언론인으로 최선을 다한 분이다. 항일투사라고 불리우는 분이다. 그는 자기가 한국을 위하여 일본과 싸우는 것은 하나님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립운동가 양기탁 등과 함께 일제에 국채보상운동에도 앞장섰다.
일제가 온갖 모략과 탄압으로 대한매일신보가 폐간되었을 때에 그 충격으로 병을 얻어 37세에 세상을 떠났는데, 숨을 거두기 전에 유언으로 “나는 죽으나 대한매일신보는 길이 살아서 한국동포를 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그 분에게 건국훈장을 추서했다.
소개할 분들은 더 많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선교사로 언더우드(장로교 선교사)와 아펜젤라(감리교 선교사)도 이곳에 안장되어 있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그의 가족들도 함께 안장되어 있다. 그의 아내 릴리아스 언더우드와 그 분의 자녀들까지 이곳에 묻혀있다.
아펜젤라 선교사는 선교를 위하여 목포지방으로 배를 타고 가다가 풍랑에 배가 좌초되면서 순교하였는데, 순교직전에 소녀를 바다에서 건져내고 자신은 풍랑에 휩쓸려서 숨을 거두었다고 전해온다. 그분의 묘비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노라”고 기록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씰을 우리나라에 창시하여 폐결핵 퇴치에 앞장섰던 셔우드 홀 선교사도 이곳에 안장되어 있다.
이화여자학당(현 이화여대)를 세운 스크린튼 여사의 묘소도 이곳에 있다.
무명의 선교사인 루빅 켄트릭은 24세에 한국에 와서 1년여 만에 풍토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 분은 “나에게 천의 생명이 주어진다고 해도 그 모두를 한국에 바치겠다”고 했다.
한국 최초의 공식 의료선교사이며 고종의 주치의였던 헤론 선교사는 양화진 묘지에 제일먼저 묻히었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해 자신을 주셨다”라며 한국의 선교를 지망했고, 선교지에서 5년 만에 소천 했다.
사람들은 어려울 때면 조상의 묘를 찾아 마음을 다짐하고, 국가지도자들은 국립묘지를 참배함으로 정치적 의지를 다진다.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국가적 유공자를 기리는 때에,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자기의 생명을 아끼지 않았던 신앙의 선조를 기억하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이라 여겨진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거룩한 하나님의 종들의 고결한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선교사묘역을 한번이라도 찾아가서 그 분들의 희생과 수고를 되새기며, 신앙의 옷깃을 여미고,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