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와 탈북자 여성 결혼식 올려
탈북자 신앙 생활공동체 꿈꾸며
지난 8일 인천에서는 강 모 목사와 탈북자 출신 이은혜(가명)씨가 결혼 예식을 올려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탈북자 남녀사이와, 탈북자 출신 목사와 탈북 여성이 결혼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으나, 남한 출신의 목사와 북한 출신의 탈북여성이 결혼한 경우는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날 결혼식에는 탈북자 출신 수십 명이 대거 참석하여 남남북녀(南男北女)의 만남에 큰 관심을 보였다. 탈북자들이 해마다 늘어나 지금은 9,000여명이 남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결혼커플은 벌써 나왔음직도 하지만,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와 기독교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 체제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이 서로의 사고(思考)와 생활방식을 허물고 결혼까지 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이 필요한 것이었다.
더구나 목회를 도와야 하는 사모 역할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이 결혼하게 된 동기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먼저 이은혜 씨는 1만 명에 가까운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살고 있지만, 남한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자기 틀을 벗어나서 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사는 하나님의 자녀 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남한의 기독교인들도 북한에서 살다가 들어온 사람들에 대해서, 그들을 하나님이 보내셔서 함께 살게 되었다는 인식을 가지고 사랑으로 대해 주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강 목사는 자신이 탈북 여성과 결혼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하여, 수년전부터 북한 선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북한에 대하여 공부해 왔고, 탈북자들로 구성된 신앙과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싶은 ‘목회비전’이 있었기에 결혼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탈북자들이 겪는 상처를 포옹하고 싶었다고 부연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어려움도 있겠으나, 오히려 이 부부의 바람은, 가까운 미래에 통일될 그 날을 생각하여, 남쪽과 북쪽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겪게 될 부조화와 불통의 문제를 해소하는데, 자신들이 필요한 완충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한다.
7월 8일은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12년 전에 사망한 날, 북한에서는 김일성 추모에 여념이 없었지만, 남한 한 구석에서는 통일된 미래의 조국에서, 남녘과 북녘의 생각과 체제의 틀을 깨고, 통일의 징검다리 역할을 다짐하는 작은 결혼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