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지역주의ㆍ금권타락선거 추방에 앞장서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제 17대 국회의원 선거인 4.15 총선은 온 국민의 「기대」와 「우려」 속에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기대」라는 말은 깨끗하고 올바른 정치를 열망한다는 것이다. 현재 16대 국회의원 구성원은 과거 15대보다 비리가 10배나 더하다는 통계이다. 이는 갈데까지 가버린 듯한 정치를 바꾸어 보자는 희망을 의미하며, 「우려」한다는 것은 이번 선거 역시 예전 선거처럼 돈에 의한 부정과 부패 그리고 지역이라는 벽에 막혀서 정치 선진화 문턱에서 또 다시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4.15 총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이 같은 중요성 때문에 벌써부터 시민단체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정치권 못지않게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모두 바람직한 모습은 아닌 듯 하다. 왜냐하면 정치문화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자의적 해석 기준을 제시한다거나 특정 정당을 위한 활동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또한 시민단체들이 이른바 진보와 보수로 양분되어 있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벌써 실패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당 구조나 행태를 보면 우리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금권에 의한 타락과 지역주의와 세대 간의 갈등을 능히 극복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정당들은 깨끗한 정치를 위한 구호는 하고 있지만 선거일이 가까워 올수록 자기당의 의석수를 늘리려고 수단이나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지역적인 벽을 넘어야 한다는 소리를 내고 있지만 속내는 국민들의 생각과는 다르다. 예를 든다면 한나라당은 영남을 찜해놓고 호남을 양보 받는 것을 지역주의 극복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호남을 절대불변의 후원자로 확보하고는 영남을 공략하는 것을 지역주의 타파로 여기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열린우리당은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로 보면 기성세대를 거부하고 자기들과 코드를 맞추는 것이 개혁이라고 주장한다. 현실이 이렇고 보면 우리는 정당에 희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현 여권은 여소야대를 극복해야 한다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고, 야당은 총선으로써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나서니 자연히 구태의 부정부패와 지역주의가 해소될 희망은 요원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모든 문제의 책임을 정치가들에게만 돌려왔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의 정치적 책임은 정치인들만 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 구성원인 국민이 함께 져야한다.
지역주의에 볼모가 되었다거나 돈 때문에 주권을 매표하여 타락한 정치에 동조했다면 그것은 참된 자유민주주의 발전과 역사에 역행하거나 배신행위에 다름없다.
이 같은 현실인식에서 보면 교회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교회가 중심을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정치가들은 부쩍 커버린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교회를 공략하느라고 바쁘다. 이때에 교회는 이것을 정치문화를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교회지도자들이 나서서 정당한 주권행사를 독려해야 하며 성경적 기준과 신앙양심을 알려 주어야 한다. 정치는 속된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약속이며 이 약속을 잘 지키도록 교회 지도자가 지도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교회는 지역이나 정당보다 사회정의와 기독교 진리를 우선해야 한다. 깨끗한 정치를 정치가들에게 주문은 하지만, 그들 스스로 부정과 부패의 고리를 끊으리라는 기대는 연목구어와 같다. 유권자들이 끊어 주어야 한다. 교회가 정치개혁을 위한 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야한다. 교회가 바른 정치를 위한 시대적 사명을 인식하고 힘을 모은다면 새 정치 시대를 열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교회가 이러한 일을 위해서 정치가를 뽑는 일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첫째는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 둘째는 정책과 비전을 가진 사람, 셋째는 당과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일관되게 지조를 지키는 사람, 넷째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선택해야 한다. 교회가 올바른 투표권을 행사함으로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해결자로 나서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