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사학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90 단독 재판부는, 지난 2004년에 종교 자유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던 강 모 군이 그가 재학 시 다니던 학교 재단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가 강 모 군의 주장을 손들어 준 이유는 ‘종교 교육과 학생의 신앙 자유가 충돌할 때는 학생의 기본권이 더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종교단체가 선교를 목적으로 학교를 설립했다 해도 학교는 선교보다 교육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교육 시스템에서 특정 교리와 의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법원은 종교 사학에서의 개인에 대하여 ‘신앙의 자유 기본권을 침해한 것’을 인정하고, 학교의‘퇴학처분 징계권 남용’에 대하여 문제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 사건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종교를 목적으로 설립한 사학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학교는 공교육을 위해서 사회적으로 기여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종교적 설립목적을 가지고 학교를 설립했다면, 학교 내에서 일정한 종교 교육이 이뤄져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물론 학생구성원들이 특정 종교를 배경으로 한 그 종교와 일치할 수는 없다. 이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행 교육 당국에서 특정 종교에 따른 학생선발의 기회를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던 특정 종교를 표방하여 설립한 학교에서, 개인 신앙의 자유를 이유로, 종교교육을 법리적으로 제한한다면, 최소한의 종교교육 기회도 박탈하게 되는 셈이다. 그리되면 종교적 배경의 사학은 존립 이유가 희박하게 된다. 그리고 사법부는 종교 교육이 인간의 참된 가치를 형성하는데 매우 필요한 내용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둘째는 재판부가 ‘교육권과 학습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판결한 부분도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 학교에서 하고 있는 종교교육은 주 1회 예배, 주 1회 종교과목 교육 정도이다. 이것도 강압적인 선교나 개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일정한 커리쿨럼에 따라 “종교” 과목을 교육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위하여 ‘동아리 활동’도 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교육부에서 인정하여, 종교적 배경으로 설립한 학교에서 이 정도의 교육을 ‘부당한 학습권 침해’로 볼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셋째는 종교 사학들의 종교 교육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 개개인의 종교 자유를 인정해, 종교적 배경의 학교에서 ‘종교 교육’의 위축 내지는 폐지까지를 예측케 하는 현상들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독교 사학들은 우리 역사에서 국가와 민족에 기여한 바 크다. 기독교 사학에서 수많은 사회적 지도자들이 배출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시대에 맞는 사회적 기여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1차적 사법부의 결정에 대하여 존중하면서도, 종교와 교육의 자유가 헌법에 동일하게 보장된 상황에서, 교육과 학습권만 손들어 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