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재개정 속히 마무리해야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로 목회자 및 교계 지도자들 30여명이 20일 한국교회100주년 기념관에서 집단으로 삭발을 하고, 일부 지도자들은 단식에 들어가는 등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 해 12월 7일에 사립학교법 개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당시에도 많은 문제제기로 시끄러운 상태에 있었는데 해결되지 않은 채 이 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의 골자는 사학의 비리를 막기 위하여, ‘개방형 이사제도’ ‘임원승인 취소사유 확대’ ‘대학평의회의 심의권’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항들은 사립학교의 자율권과 기본권의 침해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종교적 바탕 위에 세워진 사립학교들에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와, 종교적 건학 이념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청와대도 지난 1년 동안 2차례에 걸쳐, 여당에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대하여 검토할 것을 요청했으나 사실상 거절당하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열린우리당이 올 해 12월 1일 재개정안을 제출했으나, 사립학교 쪽에서 경계하는 ‘개방형 이사제도 문제’ 등 알맹이는 빠진 셈이다.
결국 재개정의 시기를 올해 안으로 생각했던 종교계에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지난 20일 ‘목회자 집단 삭발’이라는 초유의 극단적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이 문제로 삭발에 동참한 지도자는 80여명에 이르고 있다.
목회자들은 함부로 ‘삭발’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헌신’이나 ‘서원(誓願)’하는 경우에는 머리를 깎는 결단을 하기도 하였다. 사도행전 18장 18절에서 사도 바울은 하나님께, 참회와 헌신의 뜻으로 머리를 깎아 자신의 의지를 보인 기록이 있다.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삭발하는 기독교계 지도자들의 의지도 그만큼 결연하다는 것이다.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원하는 기독교계의 뜻은 이러하다. 지금까지 기독교 사학을 통하여 많은 인재를 배출해 왔는데, 이는 종교 목적에 따라 교육한 결과이며, 귀중한 사학의 역사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 목적의 근간을 흔드는 사립학교법 개정은 부당하므로, 이를 원래대로 재개정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사회개혁의 일환으로 사립학교법을 무리하게 힘으로 개정한 정부여당이나,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종교계의 갈등은 우리 사회를 불안케 한다.
다양화된 사회에서 특색 있는 인성교육을 인정해야 할 정부가, 비리척결이라는 명분으로 사학의 자율성을 원천 봉쇄하려는 획일적 개혁이나, 이에 대립각을 세워 사립학교 폐쇄로 배수진을 치는 종교계 지도자의 삭발 투혼은 국민들을 당황케 한다.
사립학교들이 현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하여 가장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은 ‘개방형 이사제도 도입’ 부분이다. 여기에 숨은 의도는 교육의 공공화(公共化) 또는 사립학교 운영권 탈취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설득할 만한 규명이 없이는 사립학교들의 반발은 앞으로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극히 일부 사립학교의 비리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사립학교들이 이뤄 온 전통과 업적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사립학교들을 교육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이제 정부는 사학들의 사립학교법 재개정 주장의 타당성을 받아 들여야 한다. 그리하여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속히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