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화에 대한 일본의 도발적 태도와 한국의 8·15 광복절 모습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8월 15일 종전 기념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였다하여 동아시아 각 나라들이 일본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야스쿠니 신사는 세계 제2차 대전을 일으킨 A급 전범들의 위패가 합사되어 있는 곳이기에, 이에 대한 참배는 세계 평화에 대한 도전이며, 2차 대전 당시 인명과 재산 그리고 정신적 피해를 입은 주변국들에 대한 또 다른 도발행위이기에 이와 같은 민감한 반응들이 나오는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총리가 된 지난 2001년 이후에 지금까지 수차례 신사를 참배해 왔지만, 8월 15일 종전 기념일에 참배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 만큼 주변국들의 염려와 항의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결행하지 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날은 피해주변국들에게는 해방의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이즈미 일 총리의 행태가 더욱 비난을 받는 것은, 최근에 히로히토 전 일왕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중지한 이유가 ‘A급 전범들이 합사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적은 메모가 발견되어, 일본 내에서도 이 문제가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세계평화를 생각하는 국제사회와 피해 당사자들과 국가들의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애써 외면하는 일본의 태도는 힘의 논리가 통하는 국제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이미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로의 회귀는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8·15 광복절은 뭔가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는 정치·외교·군사 문제를 두고 진보와 보수의 서로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와 저마다 허공을 치는 메아리로 울리고 있었고, 정부는 ‘자주’ 와 ‘민족’을 강조하는 광복절 경축사를 낭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주권에 대한 주장은 타당하다. 그러나 지킬 역량도 없으면서 부르짖는 외침은 공허하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바로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컷 피해를 입히고서도 계속 자기 정당성을 주장하는 이웃 나라 지도자의 망발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안보를 감당하지 못함을 뻔히 알면서도 ‘자주’만을 강조하는 일방적 외교태도는 분명히 자가당착적인 발상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정파나 이익단체의 목소리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지도자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이즈미 일 총리의 ‘소신’을 넘어 ‘정치적 계산’을 하고 행동하는 안하무인격의 행태나, 국민들은 편을 갈라 싸우든지 말든지 실리도 없이 오로지 자기 정치적 신념만을 강조하는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나,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올해로 광복 61주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아직도 여러 가지 면에서 완전한 광복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