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개정만으로 사학 비리 막을 수 있나?
지난 12월 9일 국회는 한나라당의 국회 입장을 봉쇄한 가운데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2004년 10월 20일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당론으로 결정한 이후 1년여의 공방 끝에, 사학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처리된 결과이다.
사학법 개정의 명분은 “비리척결”이다. 그 주요 내용은 이사 중 4분의 1을 초·중·고의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의 대학평의원회의의 추천을 받은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는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 도입과, 이사장 친·인척의 학교장 취임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이에 대하여 사립학교에서는 절대반대의 입장이다. 그래서 학교폐쇄, 학생모집 중단, 헌법소원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표명하고 있어 교육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심지어 종교계에서는 순교의 각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는 초·중·고·전문대·대학 합해서 1,974개에 이른다. 이는 전체의 17.9%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초등학교 대부분이 공립임을 감안하여 중·고·전문대·대학의 비율은 휠씬 높아진다. 전체 5,378개 학교 가운데 1,899개가 사립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의 35.3%를 차지하는 높은 수치이다.
1년에 10여 개의 사학에서 분규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정부 여당이 사학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학법 개정 처리를 강행한 것은 아무래도 개정 목적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보인다. 단순히 사학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라면 현행법으로도 학원 내 범법에 대해서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꼭 사학법 개정에 무게를 두는 것은 또 다른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사학의 인사권·운영권을 침해하고서야 어찌 사학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민주국가라고 말할 수 있는가? 사학의 자율권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조항이다(헌법 23조, 37조 2항, 13조 3항)
사학의 문제에서 공공복리만을 강조하다 보면 사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교육을 특성화, 다양화하는데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자율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사학의 정체성이다. 특히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사립학교는 종교적 특성을 가지고 설립되어 있어, 그 특성을 발휘할 수 없다면 학교 존재이유가 불투명해진다. 종교적 특성을 인정하지 않는 인사가 학교운영에 관여하게 되면 종교재단의 사학이 정체성을 잃어 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기독교계에서 세운 학교만 보더라도 중·고·전문대·대학이 사립학교 전체의 19.1%를 차지하는 364개교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개정한 사학법은 전교조의 주장에 따른 것으로, 지금까지 전교조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끼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교조는 학원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편향된 이념 교육을 주입시키려는 등의 비판을 받고 있는 터이다.
학원내의 비리와 그 척결을 위해서는 사학법을 바꾸면 된다는 정부여당의 의지는 더 많은 혼란과 학원의 황량함을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된다. 학원비리를 바로 잡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원의 활성화일 것이다. 교사와 교사가 서로 협조하고, 학교 운영진과 교사들이 서로 신뢰하고, 학교 운영진은 건학의 이념을 자유롭게 펼치는 가운데 학교발전을 위한 노력에 힘써야 한다.
이제 사학법은 국회에서 통과되었지만 대통령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만이라도 올바른 상황인식을 하기 바란다. 그래서 초유의 교육대란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