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개정법」무엇이 문제인가?
정부와 여당이 지난 7월 29일 「사립학교 개정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의 골자는, 첫째는 사립학교 재단에 이사장의 직계ㆍ존비속 배우자의 학교장 취임을 금지하고 친족의 이사 구성비율도 20%로 낮추는 동시에 이사의 과반수는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교수회가 추천하는 인사로 선임토록하고 있다. 또 교직원 임면권은 학교장이 가지며, 학교장은 교원인사위원회의 제청을 받아 임면토록 되어 있다.
둘째는 학교장은 학사 운영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평교사와 평교수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된다고 하고 있다.
셋째는 현재 임의 조직인 교사회, 교수회, 학생회, 학부모회를 법정기구화 하여 이 기구들의 대표자로 학교운영위원회ㆍ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여 학교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정의 요체는 사학의 비리를 근절하기 위하여 사학의 모든 의사 결정을 사학의 설립 이사장과 이사회에서 임명한 학교장이 하는 것이 아니라, 평교사ㆍ평교수ㆍ학부모ㆍ학생 등이 운영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또 관할청의 권한을 크게 강화한다는 목적도 있다.
이러한 사립학교 개정안에 관하여 사립학교측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월 17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한국대학발전위원회, 한국사학법인연합회가 주최한 ‘글로벌 시대의 대학교육과 사학의 역할 재정립’의 학술심포지움에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은 헌법에서 보장한 사학의 기본권과 종교교육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다음날 전국 사립대 총장과 재단 이사장들은 “법인의 학교운영권을 일부 교원 집단에게 이관시키고 정부의 간섭과 행정규제를 강화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절대 반대한다”고 성명하였다.
종교계에서도 지난 8월 17일 7대 종단으로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에서 성명을 내고 “일부 사학비리를 이유로 사학재단의 학교운영권을 빼앗는 교육법 개정을 중단하라”고 하였다.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여 사학과 교육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번의 사학개정법은 재단이 학교운영에 있어 전횡하는 문제, 각종 비리 부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목적만으로는 무리수가 있다고 본다. 또한 모든 사학재단을 부정과 비리에 온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올바른 현실인식이 아니다.
첫째는 정부가 다하지 못하는 육영 사업을 사학이 일정부분 감당하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현재 전체 중학생의 21%, 고등학생의 53%, 대학생의 82%를 사학이 담당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ㆍ인적 사항을 사학으로 구성된 학교법인이 일정부분 감당하고 있는데, 사학재단에 권한과 의무를 일정비율 주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일부 사학의 비리와 부정에 관한 것은 사법처리를 통해서 고쳐나갈 수 있다고 본다.
둘째는 학교운영의 민주화를 꾀하는 목적 달성보다 사학을 해체하는 쪽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정부는, 운영주체와 책임소재가 분명치 못하고 권한이 대폭 축소되어 사학설립 본래 취지가 크게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사학에 출연하려 하겠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평교사나 평교수 및 학부모 학생은 운영주체가 될 수 없다. 이들은 잠시 학교에 머물다가 떠나면 그만인 것이다.
셋째는 사학의 자율성, 독자성, 특수성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종교적 목적을 건학이념으로 세워진 학교들에 대한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 현재 기독교 건학 이념으로 세워진 학교만 해도 전국적으로 350여개 교, 60여만명에 이르고 있다. 만약에 학교의 건학이념보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의견만으로 학교를 운영하게 된다면 기독교 사학의 정체성 훼손과 해체라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일부 시민단체 등의 요구에 따라 무리한 사립학교법 개정보다는 사립학교의 자주성ㆍ특수성을 최대한 살려 실력과 경쟁력을 갖춘 학교로 만들도록 지원하고 배려하여 사학들이 마음 놓고 교육ㆍ인재 육성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국회에 제출한 사립학교 개정법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에 그대로 국회를 통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