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역개정판 성경의 표현상의 문제점 드러나
한국교회는 지난 1938년에 “신구약성경”이 출판된 이후 약 60여 년을 “개정판성경”을 사용해 왔다. 이 성경은 1956년 ‘한글맞춤법 표기’에 의하여 부분적으로 수정되기는 했으나, 한국교회가 한결 같이 공식 성경으로 사용해 왔다.
그러다가 1977년 천주교와 공동으로 “공동번역성경”을 출판했으나 교회들이 사용하지 않자, 기독교(개신교)만의 성경의 필요성을 느껴 1993년 “표준새번역성경”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성경도 교리 문제와 용어 문제로 교단들이 수용하지 않아, 이 성경의 보완을 통하여 2000년에 “개역개정판성경” 1판을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이 성경이 4판이 나온 가운데 각 교회에 보급되어 약 3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이 성경도 원문의 충실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개역성경”을 ‘개악’했다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이 성경의 결정적 오류는 개역 성경의 현대적 풀이에 치중하다보니 표현과 풀이가 원문에서 멀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수년간 이를 연구해온 강원주 목사(장신대학원 예장통합)는 최근 그 문제점을 찾아 모아서 “개역개정판에 대해 말한다”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강 목사는 이 책을 통해, 속히 고쳐야 할 곳이 4,000여 곳이 되며, 원문과 바르게 된 ‘개역’의 번역을 도리어 임의로 잘못 고쳐, 원문을 왜곡한 곳이 800여 곳이 된다고 하였다.
강 목사가 출간한 책에서도 이 800여개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강 목사는 9월 1일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개역개정판의 보급을 즉시 중단하고, 한국교회가 시급히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올바른 성경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강 목사가 기자 회견을 통해 지적한 몇 군데 성경을 살펴보면, 창세기 14장 16절에서 아브라함이 포로로 잡혀간 조카 롯을 구하여 오는 장면에서, ‘개역’에서는 ‘인민’으로, ‘개정판’에서는 ‘친척’으로 표현했는데, 원어 상으로나 아브라함의 인물 됨됨으로 볼 때, 그가 자기 조카만 구해오는 것은 맞지 않고, ‘개역’의 ‘인민’이라는 표현이 맞다는 것이다.
또 창세기 27장 34절의 ‘개역’에서의 ‘방성대곡’이 ‘개정’의 ‘소리 내어 울어’보다 훨씬 잘된 표현이라는 것이다. 레위기 21장 7절의 제사장의 결혼 대상을 말하면서, ‘개역’의 ‘기생이나 부정한 여인을 취하지 말 것’이 ‘개정’의 ‘부정한 창녀’보다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표현상으로도 ‘정결한 기생’이라도 있는 듯한 표현은 어법상으로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19장 3절에서도 바리새인들이 아내를 버리는 것에 대한 예수께 대하여 시험하는 질문에서, ‘개역’의 ‘아무 연고를 물론하고’가 ‘개정’의 ‘어떤 이유가 있으면’이라는 표현보다 이혼의 조건을 찾으려는 당시 사람들에게 이혼의 엄격함을 말씀하신 예수님의 의지와 맞는다는 것이다.
강 목사는 또 교리적으로 오류가 있는 표현에 대해서도 지적했는데, 로마서 4장 17절의 ‘개역’의 ‘없는 것을 있는 것 같이’가 ‘개정’의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의 표현은, 하나님의 능력을 제한하는 것으로 신학적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고린도전서 1장 30절의 ‘개정’에서의 ‘구속’과 ‘개정’의 ‘구원’은 신학적인 측면과 원어상의 표현 모두에서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강 목사는 누가복음 16장 17절을 인용하여, ‘율법의 한 획이 떨어짐보다 천지의 없어짐이 쉬우리라’는 말씀으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경솔함을 경계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이 문제에 대하여 공론화하여, 누가 보더라도 흠이 없는 올바른 성경을,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에 내어 놓도록 힘써야 한다. 다행히 이번 가을 총회에서 3개 교단의 각각 노회에서는 이 문제를 헌의키로 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