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사회참여 성경적인가?
국가발전기독연구원 포럼 열어
한국교회에 정교분리(政敎分離)라는 등식이 어느 정도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독교의 사회 참여”라는 주제의 포럼이 열려서 주목된다.
지난 12월 1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대강당에서는 국가발전기독연구원(원장 박영률, 이사장 이강욱) 주최의 <한국 정치제도 개선 방향 모색과 기독교의 사회 참여>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주제2」로 채택된 토론에서 총신대학교 심창섭 교수는 ‘그리스도인들의 사회 참여가 성경적인가?’라는 질문과 또는 ‘성경적으로 본 기독교인의 사회 참여’라는 명제는 같은 맥락으로 간주하면서 “기독교 신앙은 사회참여와 이완되지 아니한다. 도리어 하나님의 창조와 통치의 원리에서 본다면 기독교인의 사회참여는 바로 복음적인 소명임을 볼 수 있다” 정의하였다.
그러면서 심 교수는 “기독교 신앙은 개인의 변화로부터 출발하여 개인적인 윤리실천을 바탕으로 「사회책임」 만을 말하지 않고 「사회·정치적 참여」도 말하고 있다”는 존 스토트(John Stott)의 말을 인용하여 기독교의 사회 참여가 온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심 교수는 성경적인 증거와 해석을 통해 설명하기를, 마가복음 12장에서 바리새인들과 열심당원들이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하여, 당시 지배국인 로마의 황제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가한가? 라는 질문의 대답에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바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는 말씀으로 대답하셨다고 해석되는데, 이는 결코 예수님께서 <정교 분리>를 뜻하지 않으셨다고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또 다른 성경 로마서 13장에서의 교회와 세속정부와의 관계에 대한 해석에서는 “인간이 세운 모든 제도는 주(主)를 위하여 순복하라”는 바울의 견해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폴 마샬도 바울의 사상을 정리하면서 ‘성(聖)과 속(俗)을 구별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세상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것이 아닌 것이 없으며, 하나님의 문화명령(Cultural Mandate)에 의해서 영적인 것만 취급하지 아니하고, 삶 전체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성경적 견해라고 주장하고 있음을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심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배후에는, 1966년의 위턴선언(Wheaton Declaration)이 ‘인간의 자유 그리고 평등과 사회정의를 공식적으로 복음증거의 사역으로 선언’한 것과, 1974년의 로잔언약(Lausanne Covenant)에서 ‘교회가 사회문제에 등한시 한 것과 전도와 사회 책임이 서로 배타적인 것으로 인식한 잘못을 뉘우치고, 전도와 사회책임의 균형 잡힌 사역을 선언한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심 교수는 사회참여의 난관론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됨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사회참여가 교회의 본질의 전체인 양 오해하지 말 것’ ‘기독교의 사회참여는 개인의 철저한 희생정신과 실천에서 가능할 것’임을 주문하고 있다.
이어서 발제에 따른 토론에서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이미 한국기독교는 선교 초기부터 여러 형태로 사회참여를 해 왔다. 이를테면, 학원선교, 의료선교, 물산장려운동, 독립운동, YMCA운동 등을 해왔다. 근래에는 민주화운동,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을 해왔고, 최근에도 북한돕기, 국내 재난지역 돕기, 해외 구호 등에서도 정부 다음으로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곳이 교회이다”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교회존재의 본질이 인간의 영혼구원과 지상에서의 하나님나라 건설인데, 사회가 추구하는 지향점도 인간의 행복이라고 본다. 그리고 교회의 구성원이 사회의 구성원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사회문제에 이방인으로 남을 이유가 없다”고 이유를 설명하였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그러나 한국교회의 사회참여는 사랑과 봉사, 용서와 화해, 그리고 평화 등의 선한 가치 추구라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려는 목표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두 번째 토론에 나선 연세대 신학대 조재국교수는 “기독교의 사회참여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각종법과 제도에 도입하여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사회를 만들고 기독교 문화의 정착을 통하여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자 문제, WTO와 농민문제, 복지문제와 노인문제,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교육문제 등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많은 사회문제에 교회가 침묵할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기독교의 사회참여는 선교신학을 기본적인 마인드로 가지고 사회문제를 취급하여 기독교신앙의 외연(外延)으로서 기독교 문화를 새롭게 창조하는 일”로 매듭짓고 있다.
“기독교의 사회참여” 문제는 기독교가 한국에 전파되면서 약소국 한국과 관련된 국제적인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부득이 교회와 정치를 분류할 수밖에 없었던 선교 초기의 상황들이, 지속되어 온 것에 대한 점검과 새로운 전망과 바램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보여진다.
예수님이나 성경에서 그리고 종교개혁을 일으켰던 마르틴 루터나 요한 칼빈도 정교분리를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기독교의 사회참여는 자기 자신의 철저한 회개를 통한 것과, 개인의 영혼구원이라는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아야 된다는, 분명한 명제가 남아있음을 여전히 유의하면서 접근해야 할 한국교회의 과제이다.
이 날 국가발전기독연구원 창립 1주년을 기념한 행사에서는 제1부 김기수 목사의 설교, 제2부 기념행사로 치뤄졌는데, 김용래 전 서울시장과 김근태 복지부장관의 격려사와 축사가 있었다. 제3부 포럼 「주제1」에서는 “한국 정치제도 개선 방향모색”을 주제로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강사로 나섰다. 이날 한 대표는 ‘기독교가 사회 참여를 하되 성직자들이 현실정치에도 적극 참여하여 정치판을 바꾸는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여 이채를 끌었다. 토론에서는 성균관대 김성주 교수, 최관규 박사 등이 정치제도에 대한 내용으로 토의하였다. 이날 모임에는 300여명이 참석하여 국회도서관 대강당을 가득 메우는 성황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