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 개명 공청회 열려
‘악마’를 고집해서는 안된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6개월 여 앞둔 상황에서 한국대표팀 서포터즈인 붉은악마 응원단에 대한 ‘악마’ 개명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12월 8일 종로5가에 있는 연동교회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언론회가 공동주최하는 <붉은악마 개명을 위한 공청회>가 열띤 분위기 속에서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붉은악마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놓고 활발한 토론을 벌였는데, 먼저 발제를 맡은 이억주 교수는 “붉은악마 개명에 대한 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2002년 당시에도 공청회를 가졌으나 ‘악마’의 이름은 계속 사용되고 있다. 종교계에서 악마라는 이름을 바꾸자고 하면 붉은악마 관계자나 회원들은 ‘딴지를 건다’고 하지만, ‘악마를 좋아하는 이들이 누구인가?’ ‘왜 악마라는 이름만 고집하는가?’ ‘악마라는 이름으로만 응원해야 하는가?’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서두를 열었다.
그러면서 이억주 목사는 “젊은이들의 축구 사랑이나 열정을 바꾸라는 것이 아니라, 그 잘못된 명칭만 바꾸라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그 이유에 대하여는 첫째는 악마는 일반적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다. 한 예로 1994년 일본에서는 젊은 부모가 아이의 이름을 악마로 지어 출생신고를 하려 했으나 행정 당국이 이를 거부하여, 결국 재판에까지 가서 법원에서는 승소를 했으나, 주변의 여론에 의해서 악마라는 이름을 포기한 사례가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악마는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존재’이므로 정서 상 적합하지않다.
둘째는 국가의 국제적 이미지에서 손해를 본다. 세계인이 한국하면 ‘악마의 나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은 본의 아니게 국가와 국민들에게 큰 손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간다. 더군다나 2006년 월드컵이 열리는 독일은 기독교국가로서 이러한 명칭은 국가적 망신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는 국민 통합적인 면에서도 저해 요소가 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명칭이 전 국민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한다 해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이름이어서는 안 된다. ‘악마’의 이름에 대해서는 ‘거부’ ‘꺼림직’ ‘소름 끼침’ 등의 일반적 반응이 많다. 그러므로 그 명칭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론분열과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넷째는 사회병리적 현상을 부추긴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 이후에 점술문화, 미신문화, 우상숭배, 악마찬양 등이 급속히 많아져 성행하고 있고, OECD 가입 30개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자살율과 이혼율을 보이는 등 생명경시현상의 부정적 폐해가 크다는 진단이 있다.
다섯째는 기독교인들은 영적인 면을 생각한다. 붉은악마 응원단이 쓰고 있는 악마 영어표기 ‘Devil’은 성경 요한계시록 12장에서 말하고 있는 ‘사단’ ‘마귀’와 동일하다. 그러므로 붉은악마 응원단의 활동은 단순히 문화적 현상이 아닌 영적인 것과 관계성이 있다고 본다. 상징으로 주장하는 ‘치우천왕’도 이미 종교성을 띄고 있다고 보인다.
여섯째는 붉은악마 응원단이 순수하다고 하지만 정치적 연계성은 없느냐 하는 것이다. 지난 번 대선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의미에 대해서 이념적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억주 목사는 붉은악마를 개명하자는 의견도 국가를 사랑하고, 축구를 아끼고, 축구국가 대표팀을 적극적으로 응원하자는 의미가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악마’라는 이름만 바꾸고,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고, 국민적 단합을 도모하는 것이 발제의 목적이라고 마무리하였다.
이어서 토론이 진행된 가운데 첫 번째 토론에 나선 연세대 조재국 교수는 “모든 이름에는 이름 값이 있는데, 악마라는 이름과 순수하게 축구를 응원한다는 의미와는 괴리감이 있다. 또 악마라는 표현과 국민들 상식과도 일치하지 않는 면이 있다. 즉 대부분의 국민들은 악마적이지 않은데, 전 국민을 붉은악마 로의 대상을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악마’ 명칭을 바꾸는 것은 지극히 필요한 조치이다”
그러면서 조재국 교수는 언젠가는 붉은악마 응원단 이름이 사라지게 될텐데, 이해할 수 없는 그 명칭에 대해서 후손들이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라고 질문하고 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안양대 추태화 교수는 2002년의 붉은악마가 정치인이나, 영웅, 인기스타가 나선다고 해도 할 수 없는 환호와 열정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 찬사를 보낸다고 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명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것은 “붉은악마라는 한 가지 명칭과 이미지에 고착되지 말고 다양하고 풍부한 이미지로 블루 오션을 개발하라”고 권하고 있다. 그리고 명칭 대안으로는 "Red Warrior" “Red Tiger"를 추천하고 있다.
세 번째 토론에 나선 손종태 목사는 청년사역자로서의 시각으로 “악마는 의미적으로, 영적으로 잘못되었기에 바꾸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방법에 있어서는 일방통행 식이 아니라, 청년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영상물이나 시각적 효과를 줄 수 있는 DVD, CD 등 다양한 자료를 개발하여 청년들에게 나누어주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도와주어 청년들 사이에 운동(Movement)으로 고쳐 나가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네 번째 토론자로 나선 기독교대학총연합 박정섭 의장은 개인적으로는 붉은악마 개명에 찬성한다고 전제한 후, 대신 젊은이들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하면서 “본인이 대학의 총학생회장 39명들에게 질문했을 때, 붉은악마 개명에 찬성하는 사람은 18명, 반대하는 사람은 21명이었다. 단과대 학생장과 총학생회 임원진들 53명에게 다시 물었을 때 27명이 찬성, 26명이 반대하였다. 그러므로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엇비슷한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교회가 사회 모든 현상에 대해서 말하는 것보다, 교회의 본질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사랑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여 붉은악마 개명이 교회의 본질과 약간의 거리가 있음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방청석에서 “하나님을 대적하는 이름이 왜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겠느냐”는 반박 발언도 있었다. 또 어떤 방청객은 “붉은악마 응원단은 월드컵 이후에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변했고, 그로 인하여 탄생한 정권은 지금껏 계속되는 혼란과 국론분열현상만 보이고 있는데 이것이 악마 문화의 결과 아니냐”고 다그치는 발언도 나왔다.
이날 공청회는 오후 5시에 시작하여 7시 10분쯤 박영률 목사의 기도로 마무리 하였다. 그 외에도 이날의 순서자는 다음과 같다. 사회에 한기총 협동총무 최충하 목사, 시작기도에 한기총 총무 박천일 목사, 인사말에 한국교회언론회 대표 박봉상 목사, 경과보고에 한기총 사무총장 정연택 장로, 광고에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 한상림 목사 등이 순서를 맡아 수고하였다.
한편 이번 공청회 이후에도, 공청회에 나타난 결과와 여론을 바탕으로 붉은악마 개명을 위한 노력은 다각도로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