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대 뉴스에 나타난 세상의 모습
2005년 10대 뉴스가 각 주요 신문에 의해 발표되었다. 2005년에 지구촌을 놀라게 한 10대 사건을 정리해 보았다. 참조한 언론사로는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겨레 등이며 순위에 따른 고가를 매겨, 비중의 순위를 정리하였다.
우선 국내 사건으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것은 황우석 교수 사건이다. 황 교수가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맞춤형 배아복제 줄기세포주’를 만들었다고 발표한 이후, 황 교수는 ‘한국 최고과학자 1호’ ‘노벨상 후보’로 추앙 받았고, 서울대 석좌교수와 국가의 막대한 연구비 지원, 요인(要人)에 준하는 경호 등의 수많은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11월 12일 미국의 섀튼 교수의 결별선언, MBC PD 수첩의 논문 진위여부와 의혹 보도 이후 황 교수에 대한 신뢰는 곤두박질쳤고, 급기야는 국민 모두가 논문 조작 결과에 참담함을 맛보아야 했다.
두 번째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사건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무차별 도청 사건이다. 지난 7월 도청테이프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불거진 불법 도청문제는 당시 국정원장들이 사실을 하나같이 부인했으나, 결국은 전직 국정원장 두 명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되어 항간의 소문대로 수천 명을 대상으로 불법 도청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건은 모 대학 강정구 교수가 지난 7월 인터넷 언론에 발표한 김일성을 찬양하는 듯한 내용과 맥아더 장군을 비난하는 발언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불거졌고, 당시 천정배 법무장관이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거는, 사상최초로 지휘권 발동과 이에 반발한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퇴 사건이다. 국기(國紀)를 혼란케 하는 민감한 사안에 정부안에서도 서로 의견이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은 국민들에게 또 다른 혼란의 재연이었다.
네 번째로 큰 비중의 보도는 난제를 헤치고 청계천에 47년 만에 물이 흐르게 만든 사건이다. 서울시는 지난 2년 간 청계천을 복원하여 약 6Km에 걸쳐 물이 흐르게 하므로, 환경 생태를 살리고 그 공간을 시민들의 공간으로 돌려보내는 쾌거를 선보였다. 이는 다른 나라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고, 불과 3달 사이에 국·내외에서 천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 장소가 된 것이다.
다섯 번째 사건은 정부가 부동산 폭등을 막기 위해 내놓은 8·31 부동산 대책이다. 지나친 부동산 열기를 막고, 지역 간 편차를 줄인다는 목적으로 만든 이 법은 세금폭탄이란 논란도 일으켰다. 그 내용은 종합부동산세 강화, 개발이익 환수, 주택공영개발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여섯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보도로는 10월에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한 바탕 소동이 일어나더니, 11월에는 국내산 16개 제품에서도 기생충 알이 발견되어 국민들을 놀라게 하였다. 11월에 다시 국내 502개 제품 중 16개에서 미성숙 기생충 알이 발견되었다. 이로 인해 식품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켰다.
일곱 번째로 비중 있게 다룬 기사는 ‘적립식 펀드 열풍’에 힘입어 주가가 사상최고인 1,300선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12월에 1,360선을 웃돌아 올 들어서만 주가가 50% 이상이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여덟 번째로 비중 있는 사건은 11월에 ‘행정도시 특별법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서 7:2로 각하 되어 행정도시 이전 문제를 놓고 예민하던 지역주민들과 정치권에 또 한번 큰 논란이 일어났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에는 관습법해석으로 수도 이전 문제에 타격을 주더니, 이번에는 행정 도시로의 이전에 손을 들어 주었다. 그리하여 정부 기관 이전의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아홉 번째는 지난 6월 전방의 GP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을 다루고 있다. 적과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의 GP에서 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에 의하여 발생한 이 사건으로 무고한 젊은이 8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였다. 이로 인하여 병영문화 개선이라는 과제가 우리 사회에 안겨졌다.
열번째로 비중을 둔 사건은 사립학교와 종교계의 반발을 부른 사립학교 개정법 관련이다. 정부가 사립학교의 비리문제를 해결한다는 의지로 개방형 이사 도입과 설립자의 친·인척의 이사 임명 제한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 개정법안이 12월9일 국회를 통과하므로, 사학과 종교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는 전교조의 주장을 정부가 받아들여 사학을 압박하고 건학이념을 훼손한다는 이유이다.
그 외에도 10대 뉴스로 떠오른 사건은 가부장제에서의 호주제 폐지, 한국축구팀의 월드컵 6연속 본선진출, 독도 영유권과 한·일 대립, 행담도 개발과 유전 의혹과 이로 인한 여권의 선거 참패, 북 핵문제와 6자 회담, 쌀 비준 동의안 국회 통과와 농업의 문제 등이 취재의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
국제 뉴스로는 1위가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호주에서 발생한 인종간 테러 사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위는 미국의 카트리나 태풍 피해와 파키스탄의 대지진 사건을 다루고 있다. 3위는 로마카톨릭의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과 그로 인한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즉위 소식이다.
4위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동유럽과 아시아에서의 확산과 공포를 다루고 있다. 5위는 부시 대통령의 인기 하락과 정치·사회적 악재를 들고 있다. 6위는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흥행과 자민당의 압승을 꼽고 있다. 7위는 작년부터 올 8월까지 고공행진을 거듭하여 한때 배럴당 70달러를 넘었던 유가(油價)문제를 들고 있다.
8위는 이라크의 총선과 국가재건을 위한 로드맵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 외에도 중동평화를 위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문제, 혜성과의 충돌과 딥 임팩트 성공, 독일의 여(女) 총리 메르켈의 승리와 좌·우 연정 구성, 유럽통합법의 각 나라에서의 부결 문제 등이 보도의 화제로 오르내렸다.
예년에도 그랬지만 결국 뉴스의 초점은, 어떤 사고가 일어났고, 그 규모가 어떻고, 어떤 피해가 발생했느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섯 개의 신문들이 10대 뉴스로 보도하고 있는 내용들도 서로 순위만 다를 뿐 거의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뉴스 비중의 선정은 선·악을 기준으로 삼지 않으니 큰 사건별로 그 순위를 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보도의 크기를 결정하는 기준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문제들은 모두 인간의 고통과 참혹한 현상들에 대한 것만 있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해 마다 10대 뉴스를 대하면서 느끼는 것은 언론이 행복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보려는 의도는 미약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지구상에는 불행으로 아우성 치고 고통 당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름대로 자기 보람과 기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본다. 그들을 뉴스의 카메라로 잡아 보도하면 어떨까? 10대 뉴스의 치열한 등위에 들지는 못해도 기사를 보면서 함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많이 소개되었으면 한다.